달달한 간식의 탐구
빵을 좋아했던 난 의도치 않게 지나가던 길에 베이커리 체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말에 냉큼 들어갔다. 21살이었던 난,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중에 이력서를 들고 다니던 때였고, 사장님이 좋게 보셨던 건지 바로 출근을 했다. 토. 일요일 오전부터 저녁까지 서울 신촌에 있던 그곳은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어서 숨 쉴틈조차 없이 빵을 정리하고, 계산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좋아하는 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늘 빵을 담고 계산해서 먹기만 했지, 직접 빵을 계산한 적은 처음이라 주말마다 가는 빵집에서 빵마다 가격이 얼마인지 그림을 그려 외우느라 몇 주 동안은 계산대에서 식은땀을 흘렸었다. 그럼에도 주말 아침마다 빵 향기에 행복했었다. 문을 닫기 전이되면 오늘 나온 빵을 모아 할인을 하고, 영업이 끝날 때까지 팔리지 않는 빵은 판매할 가치가 떨어져 아르바이트생 친구와 나에게 주셨다. 자취생인 난 그 빵으로 저녁과 다음날 아침으로 든든하게 먹는 기쁨과 빵을 좋아하던 난 행복함으로 들고 왔었다.
한참이나 지났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난 크로켓, 크림 가득한 도넛, 쫀득한 찹쌀도넛, 꽈배기, 베이글, 슈크림이 들어간 빵을 좋아해 이틀에 한 번 꼴은 먹었고, 아침은 늘 빵으로 시작했다. 지금껏 살면서 영양성분, 칼로리를 생각해서 먹은 적이 없었다.
40년 오랫동안 누적된 나의 식습관을 한 번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머릿속에서 달달한 도넛과 케이크 생각으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늘 먹던 빵을 멀리하고, 아침에 삶은 달걀, 아메리카노, 고구마로 시작했다. 점심은 회사에서 나오는 급식으로 먹고 나면 배는 부르지만, 뭔가 공허함에 산책을 나가면 발견되는 디저트들이 눈에 들어온다. 발길을 멈추고 한참을 머뭇거리며 서있다. 그렇게 참고 업무를 하다 보면 오후 3시 즈음에 배가 고프진 않지만,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뭔가를 입 안으로 넣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빵과 각종 쿠키, 구움 과자들이 하나쯤은 먹어도 된다고 유혹을 한다. 좋아하던 걸 한 번에 끊어내기란 참 어렵다. 업무 중에 혼자 나가서 구경할 때도 있지만, 참지 못하고 먹을 때도 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이 우울하다 싶으면, 난 롤케이크를 사서 우유와 먹거나 퇴근길에 꿀떡과 가래떡을 구매해 저녁 대신 먹었다. 영양소는 적고 칼로리는 높으니 점점 체지방은 늘고, 운동 안 한 나의 몸은 중력에 의해 흘러내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탄수화물 중심의 식단으로 몸속을 가득 채웠었다. 배고픈 상태라 서서 달달한 빵을 한 입 넣는 순간 몸이 스스륵 녹는 것 같다. 달달함은 입 안으로 행복감까지 주는 것 같았다.
40년 동안 난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다고 생각했다. 체중을 줄여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날, 배고파서 먹는 음식 외에 습관적으로 먹는 음식들은 나에게 배고프지 않아도 먹으라는 명령 ‘가짜 식욕’을 일으켰다. 머릿속에 먹는 생각으로 가득 차서 일에 집중하기 힘들 정도였다.
처음엔 이런 유혹도 뿌리치지 못한 나 자신을 한심해하며 자책하다가 열심히 걷고, 계단을 오른다. 식습관이 바뀌는 한 달까지 달달한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다. 사실 일 년이 다 된 지금도 빵을 보면 설레고, 먹고 싶은 충동은 있지만, 버터와 크림이 가득한 디저트보다 무화과나 크랜베리가 들어간 깜빠뉴, 거친 호밀빵, 수제 그래놀라로 대체를 하고 있는 중이다. 처음엔 거칠고 맛도 시골 빵처럼 투박했는데, 이젠 씹을수록 고소하고, 겉은 바싹 속은 촉촉함이 살아있는 통밀빵의 매력에 빠져있다.
요즘엔 전부 유기농 밀가루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전엔 도대체 어떤 밀가루로 만든 건지 의문이 드는 요즘이다. 그래서 맛있고 제대로 하는 곳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멀어도 찾아가서 빵을 찾는 행복으로 '가짜 식욕'을 달래고 있다.
타오르는 식욕을 떨어뜨리는 방법, 가짜 식욕을 이겨내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인터넷에서 쏟아져 나오지만, 스스로 맞는 식단과 대처방법을 찾지 못하면 폭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음식을 천천히 씹는 습관이 안되어 있기에 갈아 마시는 즙보다는 치아로 씹을 수밖에 없도록 식단을 만들었더니 어쩔 수 없이 오래 씹고, 천천히 먹게 되며 포만감이 생겨 음식을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을 정도가 된다. 이렇게 습관이 생기는 게 꾸준히 해야 평생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소하고, 쓰고, 달콤하고, 매운 자극적인 냄새는 먹은 대로 몸에서 그 냄새가 난다. 향이 나는 나물은 그 향기를 내뿜고, 동물성 식품은 그 독소를 내뿜는다고 한다. 세 끼를 영양가 있게 제대로 챙겨 먹고, 디저트 또한 억지로 참기보다 즐겁게 먹을 수 있도록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간식을 찾아다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