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음식으로 채워진 도시락의 탄생
음식은 먹은 대로 몸에서 그 냄새가 난다. 향내 나는 나물, 채소를 먹은 날은 그 향기를 내뿜고, 고기를 먹은 날은 몸에서 독소를 내뿜는다. 보통 음식의 맛과 향은 양념에 의해 결정되어 강한 양념에 의해 저마다 지닌 고유의 맛과 향이 사라지기도 한다.
진정한 맛은 건강한 음식 안에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자연적인 맛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좋은 향이 난다는 것은 음식 안에 무언가 우리 몸에 좋은 것이 있다는 신호이다.
결혼 전까지만 해도 내가 요리실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라면 끓일 줄 알고, 감자&고구마&단호박 샐러드, 볶음밥, 그리고 찌게류는 인터넷을 보고 하는 정도였는데, 결혼 후 요리실력이 뛰어난 신랑 덕분에 요리하는 과정이 스트레스였다. 요리 잘하는 사람 특징은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보지도 않고, 냉장고를 열어본 후 재료를 대충 꺼내는데 희한하게 밸런스가 잘 맞다. 재료를 어떻게 썰고, 간도 대충 하고 얼마큼 넣으면 맛있는지, 불조절을 하는 것 같은데, 빠른 속도 대충 한다.
그런데 맛있다. 후다닥 하고, 설거지까지 했는데, 뭐지...
너무 충격이었다.
결혼 후 닭볶음탕을 하나 하는데, 인터넷 검색에서 나오는 여러 레시피 중 어떤 걸 봐야 되는 건지... 레시피에 나와있는 재료가 없으면 꼭 사 와야 되고, 시간도 꼭 맞춰야 된다. 불조절은 신경 안 쓰고, 간을 봐도 뭘 더 넣어야 되는지 몰라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음식 냄새만 나고, 배고픔을 기다리다 못 참고 신랑이 마무리하는게 일상이었다.
결혼한 지 1년도 안되어 난 설거지 담당이 되어버렸다.
배달과 외식이 잦아지면서 불규칙한 식습관과 다이어트 결심으로 도시락을 싸다니기로 한 날엔 요리할 필요 없는 고구마, 삶은 달걀, 토마토가 전부였다. 그러다 견과류, 당근, 사과를 추가로 들고 다니다 도시락에 담게 되었다. 브로콜리, 파프리카, 블루베리... 조금씩 더 추가를 하다 보니 든든한 아침 완성
점심에 식사를 하면, 몸이 나른해지면서 잠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졸린 느낌이 들었다. 봄이 되면 식곤증이라고 생각했지만, 업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심각하게 졸려서 꾸벅꾸벅한 적도 많다. 커피를 마셔도 집중력이 생기질 않아 음식을 먹은 후에 나른하고, 피로감이 몰려오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한 끼마다 섭취해야 하는 적절한 음식량이 있는데, 아침보다 점심은 더 든든하게 먹어야 된다는 생각에 많이 먹었다. 칼로리보다 정해진 식사량을 위해 도시락을 싸기로 결심했다.
점심 도시락은 탄수화물보다 포만감이 높은 채소와 단백질을 담았다. 전날 탄수화물을 많이 먹었으면 다음 끼니는 탄수화물을 줄이고, 고구마, 단호박, 때론 좋아하는 빵을 먹되 곡물함량이 높고 오래 씹어야 되는 통밀빵으로 담았다.
저녁은 대부분 배달음식과 9시 이후에 먹던 습관이 있어서 고치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럴 때마다 물을 마시고, 간식으로 그릭요구르트를 먹어 배고픔을 잠재웠다. 7시에 저녁을 마치려고 저녁 도시락도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저녁 도시락은 동물성 단백질보다 두부면이나 병아리콩으로 포만감이 오래가고, 소화가 잘되는 재료로 담았다. 한 달이 지났을 땐, 몸이 가벼워짐을 느끼고, 감정기복이 심한 편이었는데, 감정을 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식사 후 졸림은 사라지고, 저녁을 먹는 시간을 바꾸니 노폐물이 제거된 건지 다음 날 아침이 가벼워졌다.
다이어트로 시작하긴 했지만, 자연 상태 그대로의 음식이 주는 각각 다른 색깔, 그 음식에 담긴 영양소가 내 몸에 들어오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주게 될지 몰랐다. 자연의 생기를 몸 안으로 넣어 활기를 준 도시락은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대신해 줄 수 없을 것이다.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해 내 몸에 쌓이는 좋은 에너지.
요리실력이 부족해도 부지런하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식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