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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myum Apr 25. 2023

[도시락] 13 메뉴고민이 필요 없는 식사

아침부터 저녁까지 뭘 먹을까?

맛있는 한 끼를 위한 시간.

매일 반복되는 별거 아닌 일상이지만,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아는 시간.


하루를 바쁘게 보내다 보면 밥 한 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날이 있다. 당장 눈앞의 일, 해결해야 되는 문제에 온 정신이 팔려 아침도 대충, 점심도 빵으로 대충 해결하다 보면 저녁에서야 꼬르륵 소리와 함께 나를 돌아보게 된다.


저녁... 뭐 먹지?

맛있는 걸 먹고 싶은데, 치킨, 족발, 떡볶이, 달달한 케이크 한 조각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집으로 돌아오면 벌써 8시가 되고, 샤워 후 나오면 눈앞에 잘 차려진 저녁이 있으면 좋겠지만, 온전히 내가 차려야 먹을 수 있다. 냉장고에 있는 거라곤 집에서 보내주신 김치가 전부이기에 배달을 선택하게 된다. 신랑과 저녁을 같이 먹기 위해 기다리다 보면 9시가 되고, 배달음식을 먹고 나면 피곤함과 대충 먹었던 아침, 점심을 위로하며 과식을 한다. 음식이 눈앞에서 사라질 때까지 먹는 바람에 배가 불러 저절로 눈이 감겨 소화를 제대로 시키지 못한 채 잠자리로 향한다.


배달음식이 과할 땐, 간단하게 뭐 먹을지 고민하다가 저녁 마감세일로 장을 본 떡과 초밥으로 배를 채우는 게 일상이었다. 무언가를 먹는 시간은 매일 반복되는 별거 아닌 일상이기도 하고, 나의 하루를 완성시켜 준다.

맛있는 한 끼를 먹기 위해 이렇게 오늘 고생한 건가?

매 끼니마다 뭘 먹을지 고민하면서도 건강하게 먹을 생각은 한 적이 없다. 왠지 샐러드를 먹으면 건강해지고, 날씬해질 것 같지만 매번 먹는다고 생각하니 행복지수가 갑자기 떨어지는 기분이다.


세상에 얼마나 맛있는 음식들이 많은가.

음식에 관한 영화, 다큐멘터리, 책, 삼시세끼 먹는 일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예능까지 나온 거 보면 식사의 중요성을 한 번 더 깨닫게 된다. 무기력함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라고 생각했는데, 음식이 주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도 알게 되면서 조금씩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운동도 같이 시작하면서 바꾼 나의 식사는 정해진 접시, 도시락에 음식을 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규칙적인 식사시간에 먹으려고 사진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2021.06 / 2022.06

3년이 다되어가는 나의 도시락 메뉴는 별다른 게 없었다.


탄수화물의 대부분은 고구마가 차지했고, 계절마다 맛이 다르고, 농부가 키우는 지역의 땅마다 고구마 맛이 달라서 신기할 정도였다. 아침은 그릭요구르트와 영양성분이 가득한 삶은 달걀로 시작한다. 매번 야채와 과일은 소분해서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눠 담았다.

2021 / 2022 /2023 평일의 아침

평범하기에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모든 일상들은 기록하지 않으면 어제 무엇을 했고,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이유도 너무 큰 고민을 하지 않고, 내가 평생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메뉴를 고민하기보다 사각형 안에 테트리스를 하듯 소분해 둔 여러 야채들을 담는 것이다.


평범했던 나의 식사도 기록을 하는 순간, 특별한 음식을 먹는 것 같아 더 부지런을 떨게 된다. 잘 먹고 싶어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건강하게 나이 들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 이젠 즐겁기까지 하다. 아무 생각 없이 썰어 넣다 보면 알록달록해진 도시락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하루 중 세끼 건강하게 먹는 목표를 하나 이룬 것 같아서 행복한 하루로 마무리가 된다.

2022.11월의 삼시세끼 도시락

늘 '뭐 먹을까?' 고민해서 해방된 기분.

건강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기분.

내 몸에 넣은 건강한 음식으로 행복한 기분.


나 스스로 나를 소중하게 대하면서 생겨나는 여러 가지 기분이 모여 태도를 만들고, 별 것 아닌 것도 특별해지는 하루가 쌓여 한 달, 일 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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