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카타임 Jan 16. 2024

스노 글로브 속 월요일

오늘 월요일은 유독 심했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이것저것 수다거리와 집안 대소사에 관한 스케줄들이 계속적으로 카톡으로 전송됐고,
친구가 주말에 있었던 일을 전하느라 여념이 없는 또 다른 채팅방도 계속 알림이 울려댔다.
게다가 소셜미디어에서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에게 메시지까지.
그렇게 핸드폰은 늘처럼 내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줬다.
혼자.. 인건 중요하지 않다. 혼자인 시간들도 대부분 이것저것 즐기며 지내니까.
문제는 월요일이었다.

나와 월요일의 관계는 다른 사람들이 그냥 월요일이 싫다고 하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가 없는데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시작은 알 수 없어도 아주 오래전에도 이런 증상을 겪고 있었다는 걸 떠올릴 수 있었다.

일요일 깊은 밤부터 월요일 다시 저녁이 오기까지의 시간은 스노 글로브 속에 격리되어 있는 또 다른 세상 같다.
세상에 모든 사람들은 손댈 수 없는 다른 공간에 존재하고 있었다. 나의 세상과는 완전히 분리된 채 나 홀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또 다른 우주 어딘가를 떠도는 느낌이 든다.

내가 스노 글로브에 갇힌 건지, 그들이 그 속에 갇힌 건지 알 수가 없지만 그 기분은 침잠 상태에서 시작해  공포와 두려움에 머물게 했고 어떤 날은 심장이 작아지는 느낌에 호흡을 지속적으로 가다듬기도 했다.   

오늘 월요일은 유독 심했다.
걸음만 헛딛여도 털썩 내 모든 존재가 녹아 없어질 것 같은 날.
따뜻한 차를 준비해 베란다에 나가 사람들의 움직임을 한참 바라봤다. 현실감각을 찾아야 했다. 나와 그들의 세상이 분리되지 않았음을 계속 상기했다. 핸드폰 메시지마다 꼬박꼬박 답도 잘했다. 그러면서 스노 글로브의 경계를 점점 허물어뜨리려 애를 썼다.

난 꽤 오랫동안 이런 감정을 고칠 방법을 찾아왔다.
많은 자기 계발서나 심리서적들을 읽었고 인터넷에 자료도 찾아봤다.
그 글들은 처음엔 희망을 줬고 그다음엔 나 스스로에게 실망을 느끼게 했다.
아침형 인간이 대 유행을 했을 때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고) 아침잠이 많은 사람은 낙오자가 된 것 같았다.
'그 시간까지 자니?'라는 질문에 떳떳하게 '응'이라고 말하기보단 뭔가 변명거리를 찾거나 배시시 잘못을 인정하는 것처럼 웃어 보이고 말다.
그렇게 방법을 제시받고도 나아지지 않는 나의 모습들을 발견할 때마다 마음에 짐만 늘어나는 기분이었다.
더구나 일요일밤과 월요일 오전에 찾아오는 이런 감정의 문제들은 게을러서도, 무엇을 잘못해서 생기는 일도 아니며 부정적이거나 자신감의 결여로 찾아오는 감정도 아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난 그 감정의 해결책을 아오고 있었는데...
지난가을 어느 주말 저녁 느린 걸음으로 은행잎을 밟으며 집으로 걸어오는 길, 문득.... 그건 극복해 낼 문제가 아니라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라고.
삶에 모든 것을 다 극복해 낼 수는 없다고.
사랑하는 이와 이별을 하고도 모두가 세상을 살아간다.
그 이별과 이별에서 오는 슬픔을 극복할 수 있을까.
그것을 받아들이고 슬픈 날은 슬픈 채로 살아가는 것처럼
그게 이별만 그런 건 아니라고.

나는 바다보다 산이 좋고, 추운걸 더운 것보다 못 견뎌하고, 새콤한 과일보단 달콤한 과일이 더 좋으며, 사탕보단 초콜릿이 더 좋은 게 아무렇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처럼,
누군가는 화가 나서 죽을 것 같은 일이 난 아무렇지가 않고,
누군가는 또 무서워 벌벌 떠는 지렁이가 난 어떤 날은 조금 귀엽기도 하듯이,
그냥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가는 그 시간이 누군가는 별일이 아닌데  난 이 모양이구나... 비록 많이 괴로울지라도 그냥 받아들이며 살아갈 일이지...

월요일 스노 글로브 속에서 극복할 일과 받아들일 일에 현명하길 잠시 기도했다.
나쁜 것에 휘둘리지 말아야 할 십 대 시절이 있듯이 이제는 무수한 좋은 말들에도 휘둘리지 않길 그 또한 잠시 기도했다.

내일은 월요일과 가장 멀어져 있으니 이젠 난 다시 살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번 1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