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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Dec 22. 2020

불임? 난임?

결론은 지금 애가 둘!


동갑 남편과 28살에 결혼을 했다.

한 일 년은 우리만의 신혼을 즐기자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결혼하고 얼마 후 걸을 때마다 아랫배가 묵직하고 불편해서 병원에 갔다.

생경한 검사에 얼굴은 터질 것 같았고, 고통스러웠다.

결과는 자궁근종이 있으니 큰 병원에 가보라는 얘기.

그때부터 산부인과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원래 1년은 아기 생각이 없었는데, 문제가 있다고 하니 이제 마음이 조급해진다.

당시 제일 유명한 산부인과에 가니 근종이 있어 개복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요즘은 거의 복강경으로 수술한다고 하는데, 그때만 해도 복강경으로는 작은 사이즈만

가능했었던 것 같다.

8센티정도 되기 때문에 개복수술을 해야 한다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어 펑펑 울기만 하고 돌아왔다.


당시 다니던 회사에도 불임인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 부서 팀장님은 남자였는데, 시험관 준비 중이었고, 내 전임자는 습관성 유산으로

고생했다고 했다.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에 남자 팀장님한테 내가 이러이러해서 산부인과를

자주 다니게 되었다고 상황을 얘기하니, 마침 타 부서 누구의 형수가 내가 다닌

산부인과의 불임센터 의사로 재직하고 있다는 꿀팁과 함께 소개까지 일사천리로

진행시켜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이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그만큼 다급했었다.


같은 병원이지만 종양내과에서는 수술을 권했고, 불임센터에서는 수술 전에 임신을

먼저 시도해 보자는 사뭇 다른 진단 결과가 나왔다.

그때부터 한 달에 2~3번 정도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난포를 키우는 약을 처방받으러 한번.

난포를 터트리는 주사를 맞고 날짜를 받으러 한번.

결과를 보러 한번.


아가씨 때는 생리주기도 체크 안 하고 하면 하나보다... 날짜도 체크 안 했었는데,

이때부터는 생리가 시작되면 눈물이 함께 터졌다.

누구의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전국에 유명하다는 병원에, 한의원, 인진쑥 같은 몸을 따뜻하게 하는 건강식품들...

병이 없어야 약도 없지, 이 세상 모든 게 약이 되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나보다 늦게 결혼한 친구들의 임신소식은 나를 더 조급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3년을 지내고, 병원에서도 호르몬제는 더 줄 수 없으니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을 준비하자고 했다.

각오는 했지만, 막상 시험관 얘기가 나오니까

"하느님께서 주실 때가 되면 주시겠지... 아직은 아닌가 보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 약을 먹고 난포를 터트리는 주사를 맞으러 가야 하는 날

업무상 급한 일이 생겨 병원에 갈 수 없었다.

"에휴~ 이달은 아닌가 보다. 이참에 한 일 년 쉬자." 싶었다.

그러고는 마음을 놓았다.

진짜 마음속에 무언가가 탁! 하고 끊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부터 며칠 후, 생리 예정일이 되었는데 생리가 없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임신 테스트를 해보니 역시나 한 줄.

그럼 그렇지... 온 정성을 쏟고 임신만 생각하면서 살았어도 안되던 임신이

지금 될 리가 없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시간에 혹시나 약을 한 달치 더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상담이나 해보자 하고

병원을 찾아 뛰어갔다.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은 무지 짧기에..)

의사 선생님도 혹시 모르니 다시 한번 테스트를 해보자 하셨다.

대기실 의자에 앉아 결과를 기다리는데,

나나씨!!


단지 의사 선생님이 내 이름 두 글자를 불렀을 뿐이다.

그런데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매달 흘리던 눈물과는 결이다른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나는 어릴 때부터 울면 눈물만큼 콧물이 나오는 추잡스러운 병이 있는데,

추잡스럽거나 말거나 그냥 울었다.)

의사 선생님도 함께 울어주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선생님도 난임으로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한다.

불임이나 난임은 안 겪어본 사람은 알 수 없다.


분명 갈 때는 뛰어갔는데,

올 때는 아기가 잘못될까 봐 조심조심 까치발로 걸어왔다.


이 기쁜 소식을 남편에게 제일 먼저 알리고 싶어 전화를 했더니...

TV에서 보던 그런 반응과는 거리가 멀었다.

뻥치시네~


    

허허~

이 사람아. 내가 당신 아이를 가졌다고. 근데 반응이 그게 뭔가?

분명 아침에 임테기를 함께 보았기에 내가 장난치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낳은 아이가 지금 예비고 1이다.

둘째는 뭐, 내가 성모 마리아인 줄?

둘째 때 남편의 반응은

뭐 했다고?

였다. 참 한결같은 사람이다.



나는 주변에 불임이나 난임인 사람이 있으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것이

제일 먼저 할 일이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임신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실망하고, 또 다짐하고 하는 일련의 생각들이

그대로 스트레스가 된다.

그러니 주변에서 아이는 언제 낳냐는 둥, 몸이 차서 그러니 이런 게 좋다는 둥,

애완동물을 키우면 임신이 안된다는 등등의 조언도 노땡큐!!


내 경우 "아휴~ 이번 달은 틀렸구나." 하고 마음을 탁! 놓아버린 게 임신에 제일 큰 영향을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당시 가입했었던 불임 카페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도

거의 대부분 임신에 성공했으니 너무 조급해 마시길.

원인 없는 불임에는 스트레스가 그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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