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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Nov 26. 2020

군기반장 큰엄마와 말썽꾸러기 조카 2

큰엄마의 선한 욕심

조카들을 돌보기 시작한 지 3주 차 되는 날.

동생과 함께 운동할 곳을 알아보고, 막 점심을 한술 뜨고 있었다.

2학년인 막내 조카의 담임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별일은 아니라는 선생님의 말씀에도 무슨 일인가 싶어 만사 제쳐두고 뛰어왔다.

와서 보니 아이는 대화를 거부하고 있었고, 선생님은 그런 아이를 차분하게 기다려 주고 계셨다.

3년 전 우리 둘째 딸 담임선생님이라 안면이 있어 대화를 시작했다.


사연은 이랬다.

초등 1학년 때 무지하게 말썽을 부린 녀석이라 2학년 때는 주 1회 멘토링 수업을 하게 되었는데,

아이는 이게 하기 싫었나 보다.

그 특별한 수업에 참여하게 되는 게 아마도 자존심이 상했던 모양.

다른 아이들은 안 해도 되는 그 특별한 수업에 참여하게 되는 게 싫다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중이었다.

수업을 안 하겠다는 일방적인 선언과 함께 교실을 뛰쳐나온 조카에게 이유를 물었으나,

입을 닫아버린 터에 선생님은 아이가 이유를 말할 때까지 기다려 주고 있었다.

보아하니 금방 끝날 것 같아 보이지 않아서, 제가 대신 얘기해보고 연락을 드리겠다

양해를 구하고 집으로 올라왔다.

아이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뭐 큰엄마라고 별 수가 있을까.

여전히 침묵권을 행사하신다.

"얘기 안 하면 넌 오늘 여기서 자야 해."라고 겁을 줬더니 그건 싫은지 한숨을 거푸 쉰다.

먹을 걸로 꼬시고, 아이를 대신해서 화도 내줬더니 2시간 만에 대화의 물꼬를 터줬다.

아이의 마음은 이랬다.


"1학년 때는 제가 아이들을 때렸어요. 제가 잘못했죠.

(이름도 기억이 안 나는) 그 애가 길을 막고 안 비켜줬어요.

그래서 밀었는데, 그 애가 울었어요. 그래서 선생님한테 혼나고 선생님이 할머니한테

전화해서 할아버지랑 할머니한테 또 혼났어요.

그리고 친구들이 제가 지나가면 막 수군거리고 그랬는데 그럴 때마다 기분이 나빠졌어요.

또 애들이 저를 먼저 때리면 (저는 힘이 세서) 안 아픈데, 제가 참다가 애들을 한 대 때리면

애들이 울어요. 그럼 또 저만 혼내요. 짜증 나요."


어떤 상황인지 알만하다.

아이의 말과 선생님의 말씀과 동네 엄마들의 말을 종합해보니 조금 정리가 된다.

(친정 조카가 1학년 때 시조카와 같은 반이라 엄마들 소식을 다 들을 수 있었다.)

분명 1학년 때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이게 코로나로 인해 등교가 제한되다 보니 좋아졌다고 느껴졌을 수도 있지만...


상황을 종합해보니 이 말썽꾸러기 조카는


1. 똑똑하지만,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선생님과 또는 친구들과의 "입장 바꿔"를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데 살짝 충격적이었다.

딸만 두 명을 키워본 나는 이게 남자애라 그런지, 초등생이라 그런지, 얘만 그런지...

도통 알 수가 없어 선생님께 여쭤보니 공감능력은 부족한 편이라고 동감하셨다.


2. 무조건적인 자기편이 되어 줄 어른이 주변에 없었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담임선생님과 대면한 날이 한 30일은 되었을까?

마음을 나눌 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연로하신 할머니는 아이들의 의. 식. 주를 챙겨주기에도 버거우실 테고,

큰엄마인 나는 아이들 혼이나 낼 줄 알았지 한 번이라도 대놓고 편들어주거나

따뜻하게 안아준 적이 없으니 아이가 맘 둘 데가 없었을 것이다.


3. 말썽꾸러기라는 타이틀과 선입견

작년 학교에서 말썽꾸러기 이 조카의 이름을 안 들어본 1학년은 없을 정도로 유명인 사다.

학교에서 전학을 요청받기도 했고, ADHD 검사도 받아봤지만 이상 없다고 하고,

다른 친구들과 학부모의 거리두기를 아이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뭐 어쩌겠나. 뿌린 대로 거두는 거지.


아이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너의 잘못된 1년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그것보다 몇 배의 시간이 투자되어야 한단다.


대신 아이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만약 억울한 상황이 오면 친구를 때리지 말고,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렴.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큰엄마한테 얘기해줘.

네가 잘못한 게 없다면 큰엄마가 나서서 같이 싸워줄게.

오늘부터라도 예쁘게 말하고

조금은 슬기롭게 대처하고

화를 참아보는 연습을 해보자.

너처럼 똑똑한 아이를 멋진 사람으로 키워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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