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상처줄 수 있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지

by moonbow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따르면 몇몇 조건으로 비극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

비극이라고 하면 엔딩이 꼭 절망적으로 끝나는 새드 엔딩을 일컫는 것은 아니었다. ( 사실 비극으로 끝나는 거 맞다.) 하지만 그 당시 비극의 의미는 심각한 극이라는 뜻이었다고.



시학에 따르면 비극을 만들 수 있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비극은 가족사이에 일어나면 그 폭발력이 몇 배는 커진다는 것이다.


'어떻게 엄마, 아빠한테 저럴 수가 있어?'

'어떻게 인간의 도리를 모르고 가족 간에 저럴 수 있지?'


가족 간의 폐륜사건이 보도되면 이런 말을 종종 했었다. 대학 교수 아들이 부모에게 칼부림을 했다든지. 그런데 더 비극적인 것은 이런 사건이 사회적으로 조명되었던 것도 예전일이라는 것이다. 그 이후엔 묻지마 살인 사건이나 연쇄살인이 발생했으니. 그래도 가족간의 비극은 계속해서 일어나는 중이다.


그리스 비극도 가족 간에 일어난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을 하는 운명을 지닌 오이디푸스도 막장 가족 비극이다. 이 이야기의 비극성은 가족 간에 일어나기때문에 성립된다.


'살인' '방조' '방임' '학대' 이런 범죄들이 '가족이기때문에' 더 비극적이고 극단적으로 나쁜 사건들이 되어 버린다. 왜냐하면 서로 울타리가 되어 주고 사랑하고 화목해야 한다는 도덕적 규율과 이상향이 있기때문이고 또 가장 근본적인 애정이 시작되는 곳이기때문에.


어째서인지, 취향인지 프로파일러가 주인공이거나 범죄사건을 다루는 드라마와 영화의 마니아가 되었다. 범죄심리나 심리학 책을 자연히 다수 보게 되었다. 그러다보면 연쇄 살인범의 가정 환경이 좋은 경우가 거99% 없었다. 이는 유전 이외에 가정 환경이 미치는 바를 시사한다. 게다가 여자를 죽이는 남자 연쇄살인범은 어렸을 적 엄마의 학대를 당했다, 모두. 이를 간혹 잘못된 엄마에게서 범죄자가 큰다는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지만 모든 아버지는 부재 중이고 무관심하다. 부재와 무관심, 방임 또한 엄청난 폭력이다.


아주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대부분 아빠처럼 살기 싫은 아들은 그 운명을 피하다보면 오이디푸스처럼 운명을 오히려 따라가게 된다. 아빠나 엄마처럼 살기 싫은 아들, 딸도 어쩔 수 없이 비슷한 면을 발견하고 애정에서는 엄마와 아빠에 대한 '상'에서 독립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살아가면서 왜 어른들이 성장을 하면 밥벌이를 하고 결혼을 하여 자식을 낳으라고 하는 건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자식들에게 이해받고 또 알게 해주려면 직접 겪어야 비로소 이해가 되는 삶의 많은 일들이 있으니까. 그렇게 저절로, 자연히 알게 되고 이해되는 것이 살아가는 과제 중 하나가 아닌가 하기도 하고.


나도 그렇다. 커가면서 나 스스로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엄마 아빠가 집에 없는 날도 많았고. 그렇다고 다 혼자 잘 했다는 건 아니지만 환경 탓을 하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나를 가르치고 내가 어른이 된다면 이렇게 가르칠 텐데. 이 상황에선 다른 말을 할 텐데. 라고 생각하며 머릿 속에 '선생'을 키웠다. 이 '선생'이 나중엔 어마어마한 폭력을 나에게 행사하는 강박이 되어버렸다.

어른이 되면 저렇게는 하지 말아야지, 하는 일들이 사실은 쉽지 않음을 느끼게 되고 그렇게 똑같은 어른이 되는 것이 가끔 역겹기도 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다 부모님은 이 모든 걸 또 어떻게 견디고 살았을까 경외하게 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누군가가 가족에게 오는 길은 시간을 초월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오랜 세월 동안 '대화'를 하지 않고 지내던 나도 우울증을 앓으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와 부모님과 시간을 보냈다.

여러가지 감정이 섞였던 것들을 하나하나 문제 풀 듯 해결할 순 없는 거였고 또 그런 거겠지만 흙탕물이 가라앉고 또 물이 흘러 가듯 그렇게 괜찮아지고 저절로 오해가 풀어지기도, 쌓이기도 하면서 다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가족에게 닿는다.


아직은 가정을 이루지는 못 했지만 자연스럽게 가정이라는 것을 이룬다면 또 다시 시간을 거슬러 가족이 다른 의미로 다시 닿을 수도 있겠지, 내가 자녀를 키운다면 또 젊었을 부모님의 시간에 닿아 이해가 넓어지고 가슴이 깊어질 수도 있겠지....... 하고 또 지그재그로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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