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일기

나도 모르는 감정이 이제야 날 봤니 하며 손 흔들 때

by moonbow

사람들이 살면서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하겠지만

유독 혼나는 말 비판 비난의 말을 오래 깊게 곱씹는 나로써는 아무 생각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이 오히려 좋은 기분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날이다 .


요 며칠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생각은 자꾸 극단으로 달리고 무기력해서 누워있었다

지난주 토요일 약을 받으러 병원에 갔어야 했는데 그마저도 무기력해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일요일 저녁 쯤 되면 엄청 후회하겠지’ 라고 생각했다

항우울제 성분때문에 복용한지 24시간이 넘어가면 어지럽고 골이 아프고 나중엔 메스껍기까지 하고 세상이 약간 울퉁불퉁해 보인달까

약없이는 바로 이렇게 이틀도 컨디션이 안좋아지니 굉장히 나약한 미물이 인간이다 좀비사태가 나면 아마 약을 못 먹으면 생존력이 떨어져 난 금방 죽을 거라는 말에

(꽤나 심각하게 이야기했음)


“좀비사태 안일어날 거에요” 라고 친구가 이야기해준다


생리전 증후군인 pms와 겹치면서 기분은 내리막을 치닫고 잊고 있었던 내 삶의 진상들이 두더지 잡기 놀이 처럼 뽈롱뽈롱 올라온다 힘껏 내리치지만 내 손만 아프다


이제 와서 억울한 순간에 말하지 못한 걸 소리치듯 화내봤자 무슨 소용일까 (이때는 아주 대사도 잘 써진다 )




<누가 어떻게 읽을까>

이제는 글과 관련돼서 뭐를 하겠다는 생각도 에너지 자체가 없다 지하철을 타면서 국ㅇㅇㅇ 에서 뽑힐 때 면접에 대해서 물어본 친구에게 그냥 뭔가 면접 분위기가 이미 다 결정한 느낌이었어 내가 마지막이라 그런가


근데 그것이 의미있는 심증이라고 친구는 말했다


그래 운이 좋거나 선생님 마음에 잘 들거나 잘 쓰거나

셋다 잘 하거나

그것도 그거지만 결국엔 세상으로부터 채택되지 않은 글은 잘 쓴 글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만족하고 읽는 글이 잘 쓴글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있는데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게다가 케이팝스타같은 경쟁구도를 만들며 점수를 깍으면서 공연 쇼케이스 비용 못 쓰게 하겠다는 협박조에 가까운 환경에서 나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결과를 1등,2등, 이런 식으로 발표한 것도 초등학교 때 등수대로 자리 배치를 했던 때보다 훨씬 더 수치스러웠다 게다가 등수대로 공연비용을 300만원이나 차이나게 했으니

여튼 그런 일련의 k스러운 일들을 겪고 씁쓸한 평가를 받고 이게 시작이라는데 이미 마음은 산전수전 다 겪어 성공하겠단 생각이 아예 바닥을 치고 그뿐 아니라 그냥 삶 자체가 바닥에 쳤었다 그래서 글쓰기 또한 결과에 승복하기 위해 그래 뽑히고 어디서 제의를 받고 하는 사람들이 나보다 잘 쓰겠지 내가 부족하겠지란 조선식 회의주의로(뭐가 안되면 내 덕이 부족해서 어쩌구..) 수렴되다 보니 글쓰기 그 자체에 대한 내 자부심, 자신감은 정말 바닥을 치다못해 지하 암반수라도 뚫을 지경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점점 쓰지 않게 되었다

생전 내 글쓰기에 관심없고 왜 그렇게 사는 지 몰라’ 하고 하던 엄마도 아빠한테 “걔는 글은 쓴데?” 라고 물었으니


돈이 너무도 궁해 웹소설을 상금을 위해 쓰겠다 뭘 위해 쓰겠다 생각을 했지만 무엇이든 이미 엔진은 쉬고 싶다 엔진은 달리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러다 거의 이 여름은 벼랑끝에 내 몰린 심정으로

소설을 쓰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쓰다보니 내 스탈과도 거리가 먼 것 같고 4페이지 정도 쓴 걸 친구에게 보여주니

아무 소식이 없었다 그것만 가지고도 엄청난 불안감에 휩싸이는 내 자신을 보면서 글쓰기에 대한 절망감이 이 정도였구나 이 정도인줄 나도 몰랐네


코너에 몰렸다고 생각하면 고양이도 무는 게 쥐라지만

이러다 이런 절망감으론 뭘 물지 내 자신도 무섭다


<호구 컴플렉스 >

마음은 이렇게 엉망진창 이고 분노와 억울함만 장전된 낡은 총구를 나 자신을 향해 쏘아 대고 있었는데

한강을 친구랑 가기로 했다


요즘 20대때 못 해본 거 해보려고 볼링장도 가보고 롤러장도 가보고 피씨방도 가보고 하려고 한다


한강에 라면 먹으러 간 셈인데 여러 종류의 강아지도 보았다 난 빈속에 소머스비 맥주를 마셔서 온 몸이 “불타오르네”였고

얘기하고 있었는데 저 20미터 거리에 할머니가 떨을 이고 무겁고 무섭게 나를 겨냥해서 걸어오시는 거다 내 주변엔 사람이 없었다 우리밖에


온다 온다 온다 왜 여기까지 오지


결국 떡이 든 쟁반을 아이고 아이고 하며 내려 놓고 좀 사줘 사 사 이천원이야 사사사사사사사사 아이고 이천원


현금없는데요 란 말을 몇 번 해도 소용이 없다

결국 옆에 애한테 2천원을 꿔서 김밥을 달래니 김밥은 5백원 더 받아야 한다고... 지갑에서 동전 탈탈털어 오백원 드리고 ... 뭔가 당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 마음에 김밥을 집어 먹는데 이럴 수가 !!! 이럴수가!!! 너무 아무 맛도 안나는 것이다 밥도 질고 당근은 한줄기씩만 넣었는데 이렇게 적게 넣기도 힘들 것 같다 그걸 4천원씩 팔 던 거라니.... 휴우


내가 친구에게 나보고 온 것 같지? 하니

나만 보고 계속 걸어왔다고


이마에 호구입니다라고 써놓은 것도 아니고

근데 껌이나 이런거 적선해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래서 장사하시는 거니까 그렇다고 쳤지만

굳이 날 찍어서 저 멀리서 무거운 떡을 이고 왔다는 자체가 내 자신이 참 쓸모없이 호구스러운 분위기를 내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한강 하늘은 구름이 다채로웠고

잔디밭도 좋았다

어린 커플들이 귀여웠다


어지러워서 생각만큼 많이 걷지 못했다



그래 어떤 감정이든 지나간다

그 감정이 앉았던 자리를 보면서

어디서 분 감정의 바람인지 명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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