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대하여

오늘도 난 열폭했다

by moonbow

오늘도 난 열폭했다. ㅎㅎㅎ

오늘도 난 질투한다. ㅎㅎㅎ


물론 나이가 드니 예전보다는 내 매력도 더 잘 알고 내가 만끽하는 기쁨을(사실은 어렸을 때는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몸으로 알고 있었던 것) 다시 찾아가고 있지만. 오늘 하루도 역시 열폭을 피해가진 못한다.


농담따먹기나 하던 지인들의 카톡 단체창에서는 이 세상에 뭐를 할 수 있겠냐며 힘든 이야기가 나왔다. 갑자기 마음이 어두워졌다. 무엇을 할 수 있겠냐니. 온 몸을 불사르며 내 신념을 확고하게 밀어붙일 안티고네가 될 것인가. 잠시나마 두려움이 덮쳤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조금 안되는 것 같다. 예전에 써놓은 글도 올리고 그냥 부담없이 털어놓자는 생각에 시작을 했다. 블로그와는 다른 또다른 포맷이 궁금했다. 잠시 재채기처럼 터져나온 글이 예상과는 달리 조회수가 너무 많다.


'이게 뭔 일이래?'


울렁거리고 미식거린다. 그러다......에이 뭐 내 삶에 뭔 일이 있겠어, 이러다 말겠지. 란 생각으로 멀미를 조금 안정시켜보려고 노력한다. 일리가 있는 것이 그 글 말고 다른 글의 조회수는 대략 ㅠㅠ 다.


사실 난 작가지망생이다.

사실 그리고 자신의 책 한 권 쓰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우리 모두가 작가지망생이다.(이런 말로 내 현재 상황을 물타기하려고 하지 말자.)


열등감, 질투, 증오, 불쾌함, 꽁함 이런 감정은 아마 날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열등감에서 좀 더 나아가서 나는 '자학 개그의 여왕'이었다. 한 창 취업이 안되던 시절, 유력 일간지에 모교의 취업률과 무슨 가치가 많이 떨어졌단 기사를 보고 동기이자 친구에게 이야기하며 내가 저 순위를 떨궜어ㅠㅠ 라며 웃으면서 우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학교에 들어와서 난 몸무게가 많이 늘었다. 그냥 복어에서 뿔난 복어가 되어서 빵빵하다.

그렇게 된 연유는 강압적으로 하던 운동과 헬스장에 환멸을 느껴서 인데다가 지난 겨울 특별히 여러 방면에서 상실의 계절을 느끼면서(지방 상실의 계절은 나에게 전혀 오지 않고...) 술과 안주로 달리는 폭주기관차처럼 달렸기때문이다. 그로인해 건강은 악화되었고 작업을 할 수 없을지경까지 왔다. 지금은 나름 재활하려고 하고 있지만.......


그래도 얻은 것이 있다면 살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예전에는 한 달 내내 화를 내고 그 이야기를 한 사람을 증오하며 데스노트를 작성하고 곱씹고 곱씹으며 다이어트를 좀 하고 좀 빠져서 칭찬을 들으면 그 칭찬조차 고깝게 들었던 내 상태에서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는 거다.


'와우 예전엔 엄청나던 엉덩이가 ... 많이 뺐네. 최고다. 뒤태 좋다.'


이런 말을 들어도 '예전엔 엄청나던 엉덩이가....'만 계속 들린다. 그러니 다이어트를 해도 만족이 없으니 그냥 괴롭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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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이렇게 째려보는 표정이 된 이유는 어떤 작가때문이다. 인도 벵골 출신 이민자 2세인 이 여성은 보스턴대학원을 나오고 또 무슨 대학을 나오고 퓰리처 상에 또 무슨 상에 너무도 성공한 미국의 이민자로 성공한 2세의 성공적 미국 작가다. 영어가 모국어이며 벵골어는 거의 잘 하지 못한다고 한다. 사진을 봤는데 날씬하고 배우같이 멋있고 아름다운 얼굴이다. 이력을 알 수는 없지만 아버지도 그녀의 학업을 지탱해줄 만큼 재력이 있을 것만 같다. (추측)


그런 분이 이탈리아에 갑자기 꽂혀서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낯선 언어를 배워서 그 언어로 글을 쓰는 과정을 쓴 자서전적 에세이 집을 봤다.


그녀의 첫 문장은 '나는 작은 호수를 건너고 싶다.' 이다. 여기서 '작은 호수'는 이탈리아어를 말한다.


대략 영어를 모국어로 구사하는 이들은 외국어를 배우는데 일반적으로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영어를 기반으로 했을 때 다른 서양언어는 아주 많이 어렵지는 않다. 토종 한국인이 영어를 배우는 것보다는 내 주관적으로 봤을 때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이 이탈리아 어로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 큰 저택을 버리고 노숙자의 신세로 나앉는 것과 같은 거라고, 불안과 극단에 내몰아야 쓸 수 있었기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의 이탈리아어로 된 문장은 단아하고 단단하고 안정감있어 보인다.



열폭은 열폭이다. English spoken people에 고학력자에 미국 시민권자에 권위있는 상을 받고 오바마가 메달을 걸어주고 오바마가 자신의 딸들과 함께 그녀의 책을 산다. 아름다운 여성에 가정이 있다.


과연 그녀는 다 버렸을까.

난 그녀를 잘 모른다.

하지만 매력적이진 않다고 생각한다.(내게는)


반면에 다 가진듯한 로맹가리에 대해서는 다르다. 이 미친 작가는 자신에 대한 작품에 대한 논란이 일고 뭐 여러가지로 힘들었던지.... 다른 예명으로 작품을 발표하고 일생에 한 번밖에 탈 수 없는 공쿠르 상을 두 번 탄다. 이 뿐만 아니라 그가 그의 어머니의 허무맹랑한 헛소리를 비웃음에서 진짜로 만들기위해 말도 안되는 커리어를 쌓는다. 군인으로 훈장을 받고 외교관이 되며 권위있는 문학상을 받고....... 그의 삶은 하지만 미스터리로 가득 차 있다. 비극적인 방법으로 삶을 마감해서 그럴 수도 있다. 그의 연인과의 러브 스토리도 그러하고........


매우 유명하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데뷔를 할 때 상을 주면서도 그 작가의 재능에 누가 되는 금액이라 너무도 조심스럽다는 어마어마한 평을 들은 한 작가는 살아 있는 작가의 책을 안읽고 싶다고 한다. 훔쳐가고 싶은 문장을 보면 미쳐버릴 것 같기 때문이란다.


매우 솔직하다. 진짜 훔쳐버리는 사람들보다는. 당연히 훨씬.



열등감에 대하여라는 글의 조회수가 높아지면서 한편으로는 조금 씁쓸했다.

이리도 위로가 필요한 세상이라니... 나 말고도 이런걸 느끼는 사람이 많다니....

당연한 것인데.....도 왠지 사람들은 즐거워보이는데(내 허무맹랑한 자기소외적 렌즈)...

한 분은 조언까지 구하셔서 능력밖의 긴 답을 달았지만..... 괴로웠다.

나 역시 들을 때는 뭔 헛소리야, 또 저소리야... 아 지겨워...라고 했던 그런 말이 맴돌았기때문이다.


"일단 감정을 인정해야 한다.

내 모든 감정을 다 알아주자. 나를 위해서. 나만을 위해서.

내 열등감 질투 불쾌함 상실감 다 내가 느끼는 것이다. 좋고 나쁘고의 가치 판단은 미루자. "

(나에게 하는 약속)


이런 거에 열등감 느낀다고 얘기를 하면 대외적으로는 뭘 그런 것같고 쫌스럽게, 란 이야기도 듣는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이런 감정을 고백하면 항상 보호막으로 이런 거나 느끼고 내 자신 참 찌질하다고 방어한다. 하지만 친구는 그렇게 느낄 만하고 그렇게 성인군자가 되려고 하지 말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난 모든 '~ 해라, ~ 하지 마라' 라는 말을 거부한다.


그래서 난 열폭한다. 그리고 또 이에 대한 긴장감을 완화시킬 유머를 구상한다.

유머는 항상 필요하다.... (뭔 소리야..)


그래서 난 오늘도 다짐한다. 나를 위한 글을 쓰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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