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nbow Jan 27. 2018

아이의 마음 2

아~ 이건 아니다! (고개 반대로 돌리고 손으로 가림)

영어 토론 시간 에피소드 2 


참 나는 가르치면서 '소년'에 대해서 새로운 것들을 배운다. 


팀버튼의 영화 '가위손'을 보면서 단어 게임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을 한다. 


저번에 나에게 참신한 감정과 애정을 불러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가위손>은 내가 어린 시절 보던 영화이기도 하고 다시 어른이 되어서 이런 기회가 아니면 다시 보기는 어려웠을 영화일 것이다. 초등학교 때 봤을 땐 위노라 라이더가 너무도 미웠고 가위손에 너무 감정이입해서 슬펐던 것 같다. 그리고 화려한 색감과 우울한 느낌, 그리고 조니 뎁의 슬프지만 귀엽기도한 느낌. 잘 기억은 안난다. 가위손 에드워드가 눈을 만들어 내던 장면은 정말 일품이었다. 


20년은 지난 후 지금, 특히 아이들과 이 영화를 다시 보니 느낌이 참 새롭다. 


그리고 지금 나는 창작자의 길을 걷고 있으니 더 많은 것이 보이기도 하고 캐릭터나 미장센, 그리고 미술, 장면 연결 등을 분석하고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름다운 영화였다. 


저번에는 캠핑갔다가 비가 와서 갑자기 돌아온 위노라 라이더가 자신의 방에 밤늦게 들어왔다. 

그 방에는 에드워드(가위손)이 누워있었고 아직 사람이 되지 못한 에드워드는 눈을 뜬 채 킴을 바라봤다. 이미 에드워드는 킴(위노라 라이더)의 사진을 보고 사랑을 느낀 후이다. 


킴이 방에 누군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 한 상태에서 양말을 벗고 스웨터를 벗었다. 물론 그 안엔 하얀 나시 티(메리야스; 이 말 오랜만에 써본다..)를 입은 상태였다. 그리고 가위손 에드워드는 가위손으로 얼굴을 가리려고 했지만 두 눈을 놀란 토끼눈을 하면서 킴을 보고 있었다. 


사실 그 장면이나 <가위손> 전반을 가로지르는 스릴은 뭔가 어른 식의 폭력과 나쁜 행동들(에드워드를 성적으로 유혹하려는 동네 아줌마 한 명)이 아슬아슬하게 수위를 넘칠 듯 말 듯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걸 어린이들에게 보여줘도 되려나, 안되려나, 난 초딩때 봤는데... 아리송했고. 


1,2학년 어린 아이들은 내용은 잘 이해를 못 했지만 색감과 보여지는 것의 재미로 본 것 같고 

마지막 반 c반의 5학년 남자 아이들 중 한 명은, 바로 킴이 스웨터를 벗자 마자 외쳤다. 


"아~~ 이건 아니다"


하며 고개를 돌리고 손으로 옆 관자 놀이 부분을 손바닥으로 가림.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너무 귀여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주변에 다들 음란 마귀들이나 저 정도의 노출은 아무렇지도 않아하는 남자들만 있다고 생각했고 또 남자 아이들마다 성숙도나 젠틀함의 정도가 다르니 참 귀여운 선비를 만난 느낌이었다. 


귀여워. 


하지만 저 아이도 몇 년 흐르면 능글맞게 변하려나.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쑥쓰러워하는 그래도 바람직한 남성으로 자라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또 바라본다. ㅋㅋㅋ



매거진의 이전글 고양이와 작은 사건들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