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자도 사람이니까요.
강아지에게 뽀뽀하려고 다가갔다가 비몽사몽 예민한 상태였던 푸딩이는 나를 크왕. 물고야 말았다. 결국 나는 피가 나는 입술을 부여잡고 응급실로 향했고, '1cm 가량의 심각한 열상'이라는 의사의 소견서를 받은 채로 몇바늘이나 입술을 꿰맸다.
뭐, 그렇게 나는 토일월화수를 내리쉬었다. 쉬다보니 깨달았다. 아.., 이렇게 쉬어본지가 도대체 얼마만이던가. 캘린더를 뒤져보니 작년 10월부터 캘린더가 그득그득하다. ㅋㅋ. 예전에는 이러면 환기할 겸 어디 여행(내 사랑 태국 그리워요)이라도 갔을텐데 코로나로 그러지도 못하고, 설상가상으로 센터 개업까지 한다고 제대로 쉬지를 못했다.
아. 지난주에 상담 다 끝내고 돌아와 혼자 자정이 되어가는 시간에 우동을 끓여먹고 있는데, 티비에서 '커피프린스'가 방송중이었다. 나의 최애 프로그램이자, 내가 정말×10000 많이 힘들 당시에 봤던 드라마다. 그리고 수없이 커프를 돌려보며 혼자 폭식하던 기억이 있다. 대박. 나 그때만큼 힘들었던 거 같다..!
푸딩이가 나를 앙!하고 물어준 덕분에(ㅋㅋ) 나는 모처럼 그냥 쭉 쉬었다. 나는 항상 이런듯하다. 뭔가 쉴 명분이 생겨야 '오. 나 쫌 힘들었나 봄ㅇ.ㅇ'하고 쉰다. 그리고 병원비가 더 나온다. 젠장.
상담자라고 해서 힘든 걸 스스로 잘 깨달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사람은 자신의 환경이 아무리 척박하더라도 적응을 위해 거기에 익숙해진다. 익숙해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옆에서 말해줘야 하고, 말해야 겨우겨우 안다.
내담자들은 나에게 종종 얘기한다.
"쌤은 상담 안해도 잘 살거 같아요."
"쌤은 집단(상담) 안해도 되잖아요."
개뿔. 누구보다 나에게 같이 하는 건 너무 필요하다. 아니면 나는 이렇게 힘든 것도 모르고 버티다가 끝내 단명할거 같다. 나는 힘든 것도, 내가 강아지한테 물려서 엄청 놀란 것도 주변 사람들이 다들 얘기해줘서 알았다. 그나마 상담을 하기에 이게 빨리 깨달은거다. 내담자들이 죽고 싶을정도로 힘들어할 때 "너 힘들어. 그니까 쉬어"라고 수없이 얘기했고, 그 때 쉬어도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누구보다 나에게는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