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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아 May 27. 2021

짧은 치마를 입는 게 너무 불편해져 버렸다.

상담자의 일기

상담을 평일 내 하다보니 오피스룩이 일상이다. 물론 완전 정장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포멀한 의상 정도가 익숙하다. 그래서 모처럼 쉬는 날 날도 더워지고, 기분도 상큼시원해서 오랜만에 짧은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나에겐 소소한 일탈이기도 하고, 코로나 전 열심히 놀러 다닐 때 생각도 나고 하고,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도 나름 의기양양하니 기분이 좋았었다.

그러다 이내, 무거운 기분이 나를 짓눌렀다. 짧은 치마는 내가 좋아서 입는 게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지는 몰라도 짧은 치마는 일단 무척이나 불편하다. 평소에는 별생각 없이 취하던 삐딱한 자세도 신경이 쓰이고, 신발끈을 묶기도 불편할뿐더러, 힘들면 (아주 가끔) 지하철 바닥에 앉아 가기도 했는데.. 전혀 이런 나의 생활과는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내담자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세상에 기준에 따르면 마른-날씬한 축에 속한다. 이들이 나를 보면서 '이래야 한다' '그래야 사랑받을 수 있다'라고 생각하면서 매일같이 체중을 재고, 자신이 먹는 음식을 검열하고, 맞지 않는 옷을 보며 한탄하는 게 촤르륵 눈 앞에 그려졌다. 속이 울렁거리는 기분이다.

잠시 잠깐 나의 우월감을 느끼 동안, 사람들이 고통받는 건 몰랐나 보다.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너무, 뼈저리게 불편한 마음이 들어 더 이상 짧은 치마는 입기가 어려울 거 같다.

짧은 바지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이걸 내가 편하고, 더워서 입는 걸까? 내가 딸이 있다면 나는 그에게 뭐라고 얘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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