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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아 Sep 04. 2020

나는 불안하면 다이어트가 하고 싶어진다

상담사의 불안일기

불안은 항상 나와 함께 있지만, 이번에는 내 미래에 꽂혔다. 어느 정도의 수입을 고려해서 상담사의 길을 선택하였지만, 나는 서른이 되어 또 불안해졌다.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을까? 유투브를 시작하긴 했는데.. 이걸로 상담을 받으러 사람들이 올까? 이 돈이면 사회 초년생인 걸 감안해도 턱없이 적은 돈이 아닐까? 나도 일 더 하고 싶다... 이런 생각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이런 나는 TV에 나오는 손예진을 보고 말았다. '와 엄청 말랐네. 얼굴이 엄청 작네. 나도 다이어트를 해야 하나...?'


어제 친구들과 오랜만에 왁자지껄 떠들다가 몸무게 얘기가 나왔다. 정말이지 나는 요새 내 몸에 대한 평가를 거의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내 몸과 내 얼굴을 사랑?하는 지경에 이르렀었다. 오히려 힘이 없으니 살을 더 찌워야 하는 게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고, 나와 닮은 누군가를 보면 나와 닮아서 좋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또 어제 '나 요새 살이 쪄서~~~ 원래는 52kg였는데~~~' 하는 말에 꽂혀버렸다. 나도 살을 빼야 하는 건가?





나는 불안하면 무언가를 통제하고 싶고, 더 잘하고 싶다. 더 인정받고 싶고, 무언가를 더 해내고 싶다. 나에게는 해내고 싶은 무언가가 다이어트로 가는 것 같다. 예전에 나를, 고등학교 2학년 때 무리한 다이어트를 시작했던 나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나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많은 분들이 불안하면,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내 삶에서 무언가 통제하고 싶을 때, 동시에 인정도 받고 싶을 때 다이어트만큼 좋은 게 없다. 그리고 나는 그게 어떤 마음인지 너무나 잘 안다.


다이어트가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전처럼 다이어트를 결심하지는 않는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도 크게 내가 달라지지 않음을 이제는 안다(어쩌면 이게 더 시니컬해 보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게 맞다). 예전에 한창 폭식했을 시절, 지금보다 10kg가 더 나갔을 때 나는 내가 엄청나게 이상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얼굴과는 너무도 다를 거라고. 근데 웬걸. 예전 사진을 찾아보니 지금 사진과 크게 다르지가 않다. 그래서 나는 별로 다이어트를 하고 싶지 않다ㅎㅎ. 물론, 나는 연예인도, 모델도 아니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다. 내 인생에서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서 이 불안함이 가시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다이어트는 내 인생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이 불안함을 조금이라도 가라앉히기 위해 해야 하는 건 지금처럼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유투브 대본을 쓰거나, 유투브에 쓸 배너를 만들거나 하는 일이라는 것을. 하.. 이제는 너무나도 알아버렸다. 


휴- 
(할 일을 하기 싫은 마음과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되는 다행스러운 마음이 섞인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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