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하게 누워 가리킨 손끝에는 네 개의 꼭짓점이 있었다. 나는 반복해서 그 사이를 이었고 입술로는 네모, 네모, 네모를 반복했다. 그건 방 안을 내려다보는 네모난 틀, 하얀 천장이었다. 나는 아무 의미도 없는 꼭짓점을 이으며 스스로를 비하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며.
나는 몇 날 며칠을 묵묵히 누워 사람다움을 잃어가고 있었다. 나는 씻지 않았고 먹지 않았고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궁금하지 않았다. 나에 대해 가족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문밖의 계절은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든 주의는 내게로 쏠려있었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그로 인한 불안이 날 집어삼켰다.
점점 나는 몸이 아파졌다. 그냥 누워만 있는데도 이렇게 아플 수가.
나는 쉬는 것도 못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계속 누워 무기력한 날 헐뜯었다.
통증이 너무 심해서 못 견디게 되자 문을 열고 집 안을 걸었다.
그때는 낮이어서 아무도 없었다. 문고리를 돌리고 발을 떼는데 발바닥이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았다. 잠자던 신경들이 움직이고 뻐근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내 온몸이 움직이라고 말했다.
집안을 몇 바퀴 돌았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리고 좀 더 걷고 싶어져서 러닝머신을 탔다.
굽었던 허리가 펴지면서 발바닥의 통증이 줄어들었다. 처음엔 5분도 어려웠는데 날이 갈수록 적응되었다. 집 안이었지만 들이마시는 공기가 방 안보다는 신선했다. 더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나의 비대해진 몸과 우울에 찌든 얼굴을 누가 알아보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또 갑자기 나간다고 했을 때 가족들이 혹 이제 다시 힘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게 싫었다. 그래서 모두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새벽에 나갔다.
엘리베이터를 지나 경비실 앞에 도달하자 따스한 햇볕의 온기가 느껴졌다. 그 아래에 내 두툼한 살을 내비치자 쏜살같이 내 피부 속으로 들어와 따스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신선한 공기가 향긋하게 콧속을 맴돌며 폐 속으로 퍼졌다. 폐는 이 순간을 바랐고 숨 가쁘게 또 한 번 크게 들이마셨다.
난 공원 쪽으로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새싹이 난 나뭇가지들, 연두색의 잎사귀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손짓했다.
집에서는 보지 못한 푸르른 하늘은 중간중간 하얀 실타래를 풀며 뜻 모를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공기는 아직 쌀쌀해서 눈이 살짝 시렸다. 하지만 모든 감각이 낯설고 반가웠다. 난 살아있음을 느끼며 주변의 소리에 집중했다. 새벽에도 뛰는 이들의 발소리, 어딘가로 전화하는 직장인, 산책하는 강아지들의 반가운 짖음. 모든 이들이 각자의 삶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고 그들을 보는 게 즐거웠다. 움직이지 않는 곳에만 있다 나온 세상은 재밌는 거투성이였다.
하지만 그 뒤로 며칠간 나가지 않았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은 살아있음에 대한 기쁨과는 다른 분야였다. 기뻐서 두려운 일을 무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사람들의 눈이 두려웠다. 날 무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비난하는 것 같았다.
‘이 시간에 공원을 걷네. 할 일 없는 백수네. 일이나 하지. 저런 사람은 나태할 거야. 부모한테 얹혀살며 아무것도 안 하는 쓸모없는 인간.’
그래서 아주 가끔 밖에 나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집에 러닝머신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가족들이 없는 시간에 러닝머신을 뛰고 걸었다. 1년간 지속하자 살이 많이 빠졌다. 한 10kg 정도. 외모에 자신감이 붙어서 그런지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시장에도 가고 마트에도 갔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쓸모없다는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자려고 눈을 감으면 스스로 상처 주는 말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말로 사람을 찌른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내가 아니라고 반박해봤지만 그렇지 않은 이유가 더 많았다. 그래도 그 생각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 쓸모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여러 시도를 했으니까 말이다.
그 첫번째 시도는 상담을 받는 것이었다. 내 마음을 돌아보는게 서툴어 보였는지 상담 선생님이 상황일기를 써보라고 하셨다. 상황에 따른 내 생각과 느낌을 돌아보는 일기 였다. 나의 생각와 느낌에 대해서 왜 그런지 항상 의문이었는데, 일기를 쓰면서 나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그래서 계속해서 나를 돌아보고 싶었다. 이왕이면 그 일로 돈도 벌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작가였다.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은 마음에 사이버대 문창과에 입학신청서를 넣었다. 다행히 합격했고, 의욕적으로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하지만 1시간도 앉아있기 힘들정도로 허리가 아팠다. 이대로면 졸업할 때까지 못 버틸 것 같았다. 10kg정도 감량한 상태였지만 여전히 비만이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렇다고 러닝머신으로 살을 빼자니 더이상 몸무게가 줄지 않았다. 그래서 PT를 알아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