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대신, 매달리기로 했다

by 유나


지난 이야기에서 나는 가족들이 없을 때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가족들이 내가 괜찮다고 생각할까 봐 밖에 나가지 않았다. 짐작대로 가족들과 사이가 나빴다. 그 이야기를 다 말할 수 없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내가 바라는 것을 들어주지 않았고, 나도 그랬다. 그렇지만 단순히 사이가 안 좋아서 나오지 않은 것만은 아니었다. 그 당시에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나는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그 방식이 상황에 맞지 않았을 뿐 가족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날 사랑했다.


문제는 내 안에 있었다.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데 내 인생은 잘 풀리지 않았고 그로 인한 죄책감이 컸다. 내가 무언가를 시도할수록 가족들이 실망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아예 잘 될 거라는 희망을 품지 않길 바랐다.


'시도-> 실패-> 좌절-> 은둔-> 시도'라는 고리는 내 삶 깊숙이 박혀있었고 깨트릴 수 있을 거란 희망은 점점 사라졌다. 완전한 성공도 실패도 없음을 몰라 쉽게 좌절했던 것 같다.


운동은 그 고리를 깨뜨린 시도였다. 아무리 힘들어도 운동했고, 배가 고파도 식단을 지켰다. 몸무게가 생각보다 많이 나오든 적게 나오든 매일 같은 시간에 밥을 먹었고, 움직였다. 그렇지만 그럴듯한 결과가 나와야만 성공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많이 먹던 적게 먹던 아침 공복시간에 쟀던 몸무게(이럴 줄 알았으면 이쁘게 적을걸)

운동을 하기 전에 신발 포장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때 나의 선임이 날 지도해주셨는데 내가 못 하자 꾸짖었다. 나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도 아니고 같은 아르바이트생이 뭐라 하자 화가 났다. 나는 감정을 그대로 표출했고,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사과도 하고 환심도 사려고 노력했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했다. 결국 불편함을 못 이기고 일을 그만두었다. 그 이후로 얼마간 밖에 나가지 않았다.

이 일을 실패라고 봐야 할까? 당시에는 실패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마냥 실패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이 일을 통해 어떤 공동체이든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섞이기 위해서는 이를 지켜야 함을 알았다.

얻은 게 있으니 좌절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바라는 대로 되지 않을 때 어떤 생각을 하기 쉬운지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한 번 더 생각하기로 했다. 낭떠러지에 그대로 추락하지 않고, 절벽 중간 걸리는 곳을 잡고 매달릴 것이다. 아래가 아닌 위를 보며, 내가 얻은 것을 곱씹으며 최대한 버티려 한다. 그러다 보면 실패를 실패가 아닌 작은 성공으로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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