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로또를 샀다.
여러 장을 사면 신이 욕심쟁이라며 기회를 안 줄 것 같고, 꽝이라도 되면 아까우니 소심하게 딱 천 원어치만!
팀장직을 내려놓고 새로 옮긴 직장은 여전히 지읒 같다. 어쩌다보니 연차가 가장 낮다며 경력직으로만 모인 기획파트에서 다시 막내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이번 팀장도 기똥찬 어록을 참 잘도 쏟아낸다. 염병, 여전히 상사복은 없구나.
로또 1등이 되면 내일이라도 때려치우고, 손석희 아나운서처럼 유학이나 가야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사회생활 첫발을 내디뎠을 때 꿈꿨던 나의 마흔 살은 그랬다.
흙탕물 위에 고고하게 떠 있는 연꽃처럼, 나는 환경이 더러워도 굴하지 않고 예쁘게 피어날 특별한 존재라 믿었다. 그렇게 세상이 나를 억까해도 언젠가 봄은 오고 꽃을 피울 거라며 버티고 또 버텼다. 하지만 그런 날은 없었다. 내가 나를 잘 몰랐던 게다.
이 소중한 삶이 힘들다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방 한가득 채운 자기 개발서에 쏟은 시간도, 반짝였던 내 청춘도 너무 아까웠다. 그 시간들을 되찾고 마음 한켠에 묵혀뒀던 호주 워홀러의 날들을 기록하고 싶었다.
사춘기 없이 조용히 살아온 인생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수많은 변곡점을 찍어댔다. 그때마다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잘 몰랐다. 그러나 이제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 흔들림은 도망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삶을 찾으려는 긴 탐색의 시간들이었고 여전히 정답은 없다는 걸...
어느새 마흔이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궁상을 떨고 시팔시팔하며 하루하루가 부산스럽다. 하지만 나만의 그 방식들을 사랑하고, 하고 싶은 건 모두 저질러보며 40대도 멋지게 써내려 가 보련다.
혹시 당신도 직장생활을 버티고 있다면,
이 이야기들이 조금이라도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의 흔들림 또한 당신만의 길이었음을 알아채는 날이 오기를 응원한다.
*이 우울하고 투박했던 초고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 수현님 고맙습니다.
*이 에세이는 가능한 한 사실 그대로 썼으며,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 대부분은 실제와 발음이 비슷한 가명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