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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도깨비>에서 발견한, 공의에 더하는 사랑

by 윤지원


신은 김신이 죽인 이들, 스쳐 지나간 죽음들을 모두 기억하며 살라고 한다. 도깨비로 천년의 세월을 살며. 그가 죽인, 그에게는 적군이었던 수많은 사람들도 신의 피조물이니. 신의 벌이자 상이라 했다. 오직 도깨비 신부만이 그의 가슴을 관통하는 검을 뽑아 그가 무로 돌아가게 한다. 그는 영원에 가까운 생을 사는 동안 자신을 무로 돌아가게 할 도깨비 신부만을 기다린다. 그는 아끼는 사람들이 생을 마치는 것을 계속해서 보고 아파한다. 그는 시간의 흐름에서 비껴있어 늘 젊은 시절, 같은 모습이다. 아이였던 이가 자라 청년이 되고 노인이 되어 그의 곁을 떠날 때까지. 그의 아들이자, 삼촌이자, 아버지였던 가신들의 묘비가 쌓여간다. 그에게 영원에 가까운 삶은 아프고 슬프다. 이것은 신의 공의이다.



김신이 죽고 시간이 한참 흘러 도깨비가 되기 직전 그의 검만이 땅에 박혀있을 때 나비 한 마리가 날아서 검을 한 바퀴 돈다. 그리고 그때 가신의 곁에 있던 아이가 이제 할아버지 대신 자신이 모시겠다고 하며 함께 나선다. 영원에 가까운 삶을 살던 그의 곁을 지킨다. 도깨비의 첫 가신이다. 할아버지는 그가 인간이었을 때의 마지막 가신. 손자는 도깨비가 된 후 그의 첫 가신. 그런데 아이의 외모가 범상치 않다. 현대에서 도깨비의 곁을 지키는 가신의 손자와 같다. 신이 가끔씩 이 아이의 몸에 찾아와 도깨비의 삶에 개입한다. 도깨비로서의 인생에서 처음과 끝이다. 그가 홀로 시간의 축 위를 걷는 것 같았던 모든 순간, 신은 늘 그와 함께였다. 이것이 신의 사랑이다.



벌을 주지 않는 것이 사랑이 아니다. 수많은 생명을 해한 죗값을 치르게 하되 그 시간을 그와 함께 하는 것.



그것이 내가 드라마 <도깨비>에서 발견한 ‘공의에 더하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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