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를 제대로 사랑 법
“ 당신 살리려고 그랬어.
그 년(고애신)은 일본에서 죽어야 해.
그래야 당신이 살아.
더는 그 년(고애신) 때문에 오야붕 눈 밖에 나면 안 돼.
그 년(고애신)이 살아 돌아오면 내가 죽일 거야.
나 여한 없어.
내 손으로 그 년(고애신) 죽이고 나도 대장 손에 죽을 거야. “
_호타루 <미스터 션샤인>
호타루는 모른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라는 그 행동이 실은 자신을 위해서라는 것을.
완전히 자기중심적인, 일차원적 욕망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그가 자기 목숨보다 더 아끼는 사람을 죽이려는 마음,
그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지 않기를 바라는 나의 욕구만을 따른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지키느라 그는 자꾸만 대장의 눈 밖에 나고 있는데,
그녀를 죽이면 구동매의 충성심이 돌아올까? 과연?
그렇다 한들 이미 눈 밖에 난 구동매가 다시 그 무리로 돌아갈 수는 있을까?
호타루는 모른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내 것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마음일 뿐이라는 것을.
다른 이에게 향하는 마음을 돌리기 위해 그 마음이 향한 곳을 없애기로 작정한 것이다.
참 잔인하고 교만하다.
그쪽이 아니라면 당연히 이쪽이 된다는 확신.
지키는 마음이 어째서 누군가를 해하는 방향으로 가는가.
호타루는 모른다.
구동매의 마음속 평생의 사랑을.
돌아온 이유 또한 그 때문인 것을.
호타루는 모른다.
너무 귀하고 귀해서 바라만 보는 마음 한 조각도.
뺨을 맞고도 모욕을 당하고도 빙글빙글 웃음 짓는 그의 마음도.
스쳐 지나간 모든 순간들을 기억하는 그의 독백도.
자신의 품이 아니더라도 그이가 살아있기만을 바라는 마음도.
그런 그녀를 죽이면 그가 제정신으로 살 수 있을까?
호타루가 제대로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이를 살리고 싶었다면,
구하러 가는 그의 발을 묶기 위해
그가 사랑하는 이를 사지로 몰 것이 아니라
그 대신 자신이 그녀를 구하러 갔어야 마땅하다.
내가 누군가를 아끼는 마음으로 시작한 감정이 끝에서도 같은지 점검해봐야 한다.
그 사람을 위해서 하는 일들이 정말 그를 위한 것이 맞는지,
내가 원하는 것은 아닌지.
검은 머리 이방인의 사랑은 다르다.
그는 그녀가 지키고자 하는 조선의 운명에는 관심 없으나,
조선을 지켜내려는 그녀에게
"당신은 당신의 조선을 구하시오. 나는 당신을 구하겠소."
라고 말하는 그의 마음은 성숙하다.
사랑하는 이를 납채서 한 장으로 집 안에 가두지 않고
그 이가 가고자 하는 길로 갈 수 있도록 길을 트는 것,
그리고 필요한 때에 적당한 방법으로 도울 준비를 하고 있는 것.
누군가를 제대로 지키고 싶은 어떤 도련님이 사랑하는 방법이다.
호타루는 결국 자신의 손에 피 한 방울,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았다.
새를 사랑한다면 그 새의 날개를 꺾어 새장에 둘 것이 아니라,
새가 날아다닐 세상을 좀 더 안전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 맞지 않을까?
어쩌면 애국은 매우 사적인 이유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소중한 이가 살아갈 이 세상을 조금 더 안전하고 깨끗하게 하고 싶은 그런 개인적인 이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