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요,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사실은...
사실은 누가 물에 뛰어 들어서 저를 구해준 거예요.
_<아스달 연대기> 은섬
“상관없어요.
그 옛날 이나이신기가 폭포에서 나올 때도
어쩌면 목숨을 건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이런 세상에 자신을 위해서
누군가 목숨을 걸어준다는 건,
세상 누가 도왔던 폭포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온다는 건,
하늘의 뜻이 닿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당신은 이미 충분해요.”
_<아스달 연대기> 아고족 장로
은섬은 모모족 샤바라와 그녀의 아기를 살린다.
모모족은 은혜를 입으면 갈마에 걸린다고 한다.
갈마를 푸는 방법은 은혜를 갚는 것뿐.
그러므로 모모족이 은섬을 살리기 위해
죽음의 폭포로 뛰어든 것은 의무에 가깝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생명의 빚을 지울 수 있는 것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관계가 어떻든 은섬은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외면하지 않았고 손 내밀었다.
나는 누구를 위해 목숨을 걸 수 있을까?
누가 나를 위해 목숨을 걸어줄 수 있을까?
'사랑은 대신 죽을 수 있는 것'이라고
사랑의 정의를 내리고 그렇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큰 변함이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정의로
나에게 누구를 사랑하느냐 묻는다면
20년 전 내 입에서 줄줄줄 나오던 그 이름들을
지금도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을까?
나의 생명을 걸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인지 모른다.
그런 소중한 존재가 내게도 당신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