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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윤다서영
Oct 05. 2023
조건 없는 사랑은 존재하는 걸까?
꿈속이었기에 가질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꿈을 꿨다.
길을 걷는데, 갑자기 몸이 붕 떠올랐다.
나는 당황스러운 마음에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다양한 인종을 가진 사람들이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젊은 흑인 남성, 히잡을 쓴 중년의 여성, 중남미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여성 등 대여섯 명 정도의 사람들이 나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나, 사랑받고 있구나."
그들이 보내준 따스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 상태에서 깼으면 참 좋았을 텐데, 나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그들을 향해 외쳤다.
"당신들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이런 사랑을 보내는 거죠?"
나는 그들의 사랑을 의심했다. 태어나서 처음 본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이름조차 몰랐다. 그들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내 외침에 그들은 미소로 답했다.
"그냥 너니까, 너라서, 너는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니까."
나는 또다시 의심했다.
"그냥 나라서 사랑을 받는다고요? 말도 안 돼. 나는 당신들을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떻게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거죠?"
나는 의심과 함께 꿈에서 깼다.
결국 나는 그들의 사랑을 오롯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것조차 "조건"이 있어야 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그래서 세상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나에게 사랑을 보내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혹시 또 다른 나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현실의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에 굉장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뭔가를 성취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채찍질하고 있었고,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나를 보며 한숨만 푹푹 쉬고 있었다.
그래서
꿈에서라도
"제발 너 자신을 사랑하라고, 조건 없이 사랑하라고, 사랑은 이런 거라고",
알려주고 싶어서 낯선 사람들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사랑을 보여줬던
건가? 싶었다.
내 꿈이지만, 솔직히 왜 그런 꿈을 꿨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히 알았다. 조건 없는 사랑을 받으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어떤 상태에 빠져드는지.
비록 잠시였지만, 따스한 기운이 내 몸에 닿았을 때, 세상 모든 근심과 걱정이 한순간에 사라졌었다.
지금
내가 여기 존재하고 있구나
,
그거면 되는구나.
이 느낌 하나였다. 태어나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생소한 경험이었다.
심장을 간질이던 따스한 기운.
꿈에서라도 경험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경험해 봤으니 다시 경험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라고 믿고,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하는 일에 한 걸음씩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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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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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다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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