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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서영 Mar 12. 2023

아버지가 붕어빵을 사 오신다

외출할 때마다 손에는 붕어빵이 들려있다

몇 주 전의 일이다.

엄마랑 장을 보러 가는데 붕어빵 가게가 눈에 띄었다. 갑자기 붕어빵이 먹고 싶었던 나는 엄마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붕어빵 가게로 뛰어갔다. 


하지만, 먼저 온 손님이 많은 양의 붕어빵을 구매하는 바람에 나는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엄마와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엄마, 나 붕어빵 좀 사 와야겠어."

"집하고 반대방향인데 갔다 온다고?"


뭔가에 꽂히면 질릴 때까지 하거나, 먹거나, 입거나, 하는 성격이기에 나는 오늘 꽂힌 붕어빵을 반드시 먹어야 했다.


하지만, 내가 가게에 도착했을 때, 붕어빵 가게 아저씨가 황급히 외출을 하는 바람에, 결국 그날은 붕어빵을 먹을 수 없었다. 빈 손으로 집에 온 나는 엄마한테 "붕어빵, 붕어빵" 노래를 불렀다. 


"내일은 꼭 먹을 거야."


그러나 그다음 날도 나는 붕어빵을 먹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너무 늦은 시간에 간 것이다. 나는 오늘도 못 먹었다며 "먹고 싶다. 먹고 싶다." 노래를 불렀고, 엄마는 나중에 사다 놓을 테니 그냥 포기하라고 했다.


"포기라니. 내일은 꼭 먹을 거야."


결국 며칠이 흐른 후에야 나는 붕어빵을 먹을 수 있었다. 심지어 그날은 안 되겠다 싶어서 새벽배송으로 미니 붕어빵도 잔뜩 사놓은 날이었다. 직접 사 온 붕어빵에 미니 붕어빵까지 나는 몇 날 며칠 붕어빵이 질릴 때까지 먹고 또 먹었다.


그런데, 

"자, 선물이다."

친구 모임에 갔다 오신 아버지가 선물이라고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붕어빵?"

봉투 안에는 붕어빵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내가 몇 날 며칠 붕어빵 먹는 모습을 봤을 텐데, 왜? 나는 붕어빵을 한 손에 들고 의아한 모습으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네가 붕어빵이 먹고 싶다고 해서 일부러 사 온 거야."

아버지의 뿌듯한 표정에 나는 '아차'해서 "와~ 진짜 좋아요. 마침 붕어빵 먹고 싶었는데."라고 말하며, 붕어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 역시 아빠밖에 없다며, 엄지 척 손을 올려주었다.


꽤나 많은 붕어빵을 사 왔기에, 소분하여 냉동실에 넣어놓고, 나는 또다시 몇 날 며칠 붕어빵을 먹었다. 아버지가 나를 생각해서 사온 붕어빵이었기에, 질리도록 먹었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며칠 전,

"자, 선물이다."

또다시 외출했다 돌아오신 아버지 손에는 붕어빵이 들려있었다.

"...... 붕어빵이네." 

"공짜로 하나 더 줬어."

아버지는 서비스로 하나 더 받았다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그 모습에 나는 최근에 꽂힌 누룽지를 먹어서 배가 부른 상태였지만, 아버지가 건넨 붕어빵 하나를 꺼내서 먹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아버지 몰래 재빠르게 냉동실에 넣었다.


"조만간 붕어빵이 먹고 싶을 때가 있을 거야. 그때 먹어야지. 

그나저나 아빠, 나갈 때마다 붕어빵 사 오는 건 아니겠지."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뭐, 사 온다면 "두고~두고" 맛있게 먹으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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