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 비자로 회사에 들어가기까지
캐나다에 워킹홀리데이를 오기 전 몇 가지 목표를 세웠었다. 특별하고 거창한 목표를 아니었고 처음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들이었다.
첫 번째, 영어 실력 향상하기. 영어를 아주 못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말을 유창하게 잘하는 수준도 아니었다. 사실 캐나다에 오기 전에는 나 정도면 영어를 잘하는 거지라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금방 회사 일을 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캐나다 오기 전의 영어 실력에 대해 말하자면 듣기 시험은 항상 만점을 받았고 실제 회화를 할 때도 듣고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쓰기도 어느 정도 가능했고 영어 뉴스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었다. 다만, 말을 하는 게 어려움이 있었는데 한 두 문장을 말하는 데는 괜찮았지만 긴 문장을 말할 때는 버벅거림이 생겨나는 게 문제였다. 그래도 이 정도의 실력은 캐나다에서 살아남는데 어려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금방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 예상했다.
그렇게 자신감에 충만해서 캐나다에 왔고 오자마자 눈 뜨고 있는 시간에는 밤낮으로 현지 회사에 이력서를 넣고 공부를 하며 인터뷰가 잡힐 날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 그리고 한 달이 되었을 때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력서를 넣은 지 이주 째 되는 날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한 달이 되어도 오지 않았다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 캐나다는 한국과 달리 인터뷰를 보고도 바로 연락이 오지 않고 한 달이나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흐른 뒤, 내가 여기에서 인터뷰를 봤었는지 잊고 있었을 쯤에 상기라도 시켜주듯이 연락이 온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한 달이나 되었는데 인터뷰 연락을 받지도 못했다는 것에서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모아 온 돈은 떨어져 가는데 수입원은 존재하지 않고 당장 다음 달에는 이사를 가고 월세를 내야 한다는 게 큰 불안을 야기했다.
그래서 목표로 하던 캐나다 현지 회사 취업은 잠시 접어두고 파트타임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레스토랑과 카페 등 여러 군데에 이력서를 돌리기 시작했고 그 찰나에 캐나다에 오자마자 넣었던 파트타임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그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연락을 받았던 곳은 현지 영화 산업 관련 회사였다.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일을 하게 되었지만 이 일이라도 하게 된 게 어디며 심지어 현지인들과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서 큰 만족감을 느끼며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운 좋게도 일은 계속되어서 촬영이 끝날 때까지 계속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다른 파트타임을 구하지 않고도 어느 정도의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촬영이 끝나가던 시기에는 캐나다 고용 시장의 흐름을 어느 정도 알게 되어 끝나기 전에 미리 일을 구해놓기 위해 이력서를 돌렸고 그래서인지 바로 레스토랑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레스토랑은 한국 레스토랑이었는데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한국인이었으며 서버는 나 혼자 뿐이었다. 트레이닝은 같이 일하던 다른 타임의 서버에게 트레이닝을 받았고 그 외에는 계속 혼자 일을 하는 스케줄이었다.
사실 한국 레스토랑은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별로 선호하지는 않았는데 막상 캐나다에 와보니 현지 레스토랑은 면접을 봐도 답이 너무 느리게 오고 나는 당장 돈이 필요했기에 연락을 빨리 주고 빨리 일을 할 수 있는 한국 레스토랑을 피하려야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막상 일을 시작해 보니 손님들은 90%가 외국이 이어서 어쨌든 영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생각과 달리 같이 일하던 직원들과 사장님은 내게 너무도 잘해줘서 어느 정도 만족하며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영주권 지원을 해주는 일자리를 구하게 되어 양해를 구한 후 그만두게 되었고 그렇게 지역 이동을 해서 한동안 그곳에서 일을 하며 지내다가 정신이 피폐해져가고 있는 걸 느끼며 다시 토론토로 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