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원서로 읽는 해리포터 시리즈
지난 해 겨울 에든버러에 다녀왔고 여름에는 옥스퍼드에 갔었다.
영국의 곳곳에는 해리포터의 흔적들이 남아있는데 두 장소가 그중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에든버러에는 에든버러 성이나, 건축물, 파이프를 연주하는 백 파이퍼들처럼 멋진 구석이 많지만,
좁은 골목길 하나, 빅토리아 스트릿이라 불리는 한 골목이 이목을 끌고 있었다.
J.K롤링이 해리포터를 집필했다고 알려진 붉은 간판의 앨리퍼트 카페는 화재로 인해 영업이 정지된 상태였으나
그 골목을 거닐며, 해리포터, 특히 다이아건 앨리의 분위기가 나는 상점을 기웃거리며 영감을 받을 수 있었다.
옥스퍼드에도 마찬가지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출생지로도 유명하고
도시 전체를 둘러싼 아름다운 건축물들과 보태니컬 정원, 또 배를 타고 도시를 구경하는 관광 포인트들도 많은 데다
애쉬몰리안 박물관이란 유서 깊은 학문의 공간도 있지만....
무엇보다 관광객들의 마음을 현재 사로잡는 건 크라이스트 처치의 내부에 있는 작은 구내식당(?)일 것이다.
학생들이 실제로 식사를 하는 장소라고 하여 점심시간에는 관광객들에게 개방되지 않는 곳,
Great hall 이다. 해리포터의 영화에서 호그와트의 그레잇 홀의 실제 촬영지로 알려져있다.
솔직히 말하면, 지난 해 그렇게 해리포터의 흔적을 밟고 다니면서도
해리포터를 영화로만 접한 머글수준의 팬이었던 나는 그렇게까지 흥분하며 열광하진 못했다.
그저, 와 신기하네, 정도.
그런데 2022년 새해가 밝고 새해 소원으로 으레 빌고는 하는,
새해 다짐으로 으레 하고는 하는 독서에 대한 목표를 크게 잡은 나는
첫 권은 밀리의 서재에서 해외에서도 읽을 수 있어 너무 감사했던
'지구 끝의 온실' 이었고, 이어 줄줄이 8권 정도를 읽었다.
그리고 영어 원서로 도전해보자 싶어 슈퍼마켓에서 산 해리포터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
바로 해리포터와 '필라소퍼'의 돌이다. 첫 권을 읽는 데에는 약 10일이 걸렸고
너무 재미있어서 바로 그 날 서점에 가서 2권을 샀다. 2권은 바로 해리포터와 the Chamber of Secrets이다. 비밀의 방.
금요일과 일요일이 휴일인 나는, 금요일에 산 이 책을 저녁에 집에 와서 바로 읽기 시작하여
토요일은 바쁜 날이라 잘 못 읽었지만, 일요일 하루 종일 소파에 앉아 독서를 마무리했다.
고작 3일 안에 (영어에 별로 자신없던 내가) 원서로 해리포터 책 한 권을 다 읽다니, 조금 기뻤다.
그리고 3권을 읽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하루 후다. 그리고 어제 (2월 4일) 3권인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도 완독했다.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쯤 되면 내가 영어를 잘하나? 하는 의심이 생긴다.
그건 아니고... 영화로 먼저 내용을 알고 있어서 이해가 쉬웠던 게 크고, 또 해리포터 책이 아예
아이들 독서용으로 쓰인 책이라 나 같은 초보자에게 읽기 수월했던 게 있다.
그래서 너무너무 즐거운 독서 생활을 즐기게 된 나는
해리포터의 세계관에서 살던 한 달을 이렇게 성급히 끝내고 싶지 않아
잠깐 멈춰서 이젠 천천히 읽어내려고 한다. 도중에 다른 책들도 읽으려 한다.
그 중에는 한국 책도 더러 읽었고, <내 작은 출판사를 소개합니다>라는 세나북스의 최수진 대표님의 책도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책을 사랑하다보니 책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너무 흥미롭고 재밌는 소재였다.
해리포터에 대해서 더 길게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아직 진짜 해덕들에 비하면 쪼렙(수준이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일단 함부로 말을 하기가 그렇다.. 그래도 해리포터 책 한 권 한 권이 정말 명작이고
잘 구성되어 있고, 이야기와 캐릭터들의 줄기가 섬세히 짜여있어서 마지막 장에서는 정말 눈물도 난다.
이런 책은 대체 어떤 상상력과 비상한 머리로 만드는지 너무 부럽고 대단하다.
나도 언젠가 이렇게 해리포터 반 정도만 하는 책을 만들고 싶다.
수준 높은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들에게 읽히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야기가 되길.
이건 옥스퍼드에 있는 블랙웰 서점에서 발견한 한국, 일본 문학인데
쇼코의 미소도 있고, 한국 문학이 저렇게... 자랑스럽게 전시되어 있어 기쁜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