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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수야 Oct 28. 2020

프롤로그

할머니도 소녀였던 시절이 있었겠지#0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모든 것이 변한다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할머니의 머리가 흰색 물감을 뿌린 듯 하얗게 물들어 가도

나에게 너무 높게만 느껴지던 눈높이가 이제는 내가 내려다봐야 할 때에도

곁을 지날 때마다 화한 파스 냄새가 코를 찌르는 순간에도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거라는 생각은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할머니와 나의 시간이 같지 않다는 걸 느낀 건 정말 한 순간이었다.


세상 가장 강하고, 포근하고, 굳 세 보이던 할머니의 등이

이제는 거실 한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너무도 작은 뒷모습으로 보인 그 날

참 많이도 울었다.


그 뒤로 나는 매 순간 할머니와의 마지막을 생각한다.

생각만으로 무너질 듯 슬픈 그 마지막 순간에

할머니가 나에게 어떠한 존재였는지를 다 고백하기에는

할 글자 한 글자 내뱉는 그 숨마저 울음으로 가득 차 버릴 것 같아

아직 할머니와 내가 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글로 남기기로 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당신과 같은 지금을 살고 있다면

이 글이 당신의 마음을 전하는 데에 있어서 조금의 주저함이라도 덜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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