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숨결 Sep 19. 2023

아버지의 죽음

마지막 날

아버지는 무뚝뚝하시고, 완고하셨다. 자식에게 엄하시고 무서운 분이시다.

몇 마디 하지 않은 말투는 부드럽기보다는 딱딱하셨다.


그래서일까?

나에게 아버지의 존재는 편하고 좋다기보다는 무섭고 불안한 분이셨다.

언제 어떻게 화를 낼지 모르기 때문이다.

밥상에서 숟가락을 놓쳐도 혼을 내시고, 밥풀을 흘려도 혼을 내셨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는 불편한 분이셨다.


그러나 아버지는 매사에 성실하시고, 부지런하셨다. 

시골에서 농사일하실 때도 동네에서 가장 부지런하신 분이다. 

짧은 순간에도 나태한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항상 농사일에 분주하셨고, 열심히 사는 분이시다.


자식과 대화를 하거나 관심을 갖고 소통한 시간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성인이 되어서 부모님 모시고, 외식할 때도 말씀을 많이 하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항상 아픈 신 분이셨다. 어릴 때부터 위가 좋지 않아 약을 대놓고 드셨고, 

후에는 폐가 나빠져 산소호흡기를 집에 설치하여 힘드실 때면 사용하곤 하셨다.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는 지병과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을 자주 하곤 하셨다.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아버지의 말씀이 기억난다.

"너희들한테 미안하고 고맙다."

나이가 들어 나약해진 아버지의 모습과 자식에게 마음을 표현한 최대한 표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발가락 통증을 호소하셨다.

평소에도 폐가 안 좋아 섹섹 소리는 내며 숨을 힘들게 몰아내셨다.

거기다 발가락 통증까지 겹치니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셨다.

병원에 입원하고 퇴원하면서 약을 먹었지만, 진통제조차도 효과가 없게 되었다.


성질 급하시고, 욱하시는 아버지의 성품은 아픔을 겪는 당신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을 먹어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통증이 너무 힘들어서 그래서일까?

아니면 고통에서 그만 벗어나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지긋지긋한 통증과 고통에서 벗어나 이 세상을 떠나고 싶어서일까?


어느 날 아침에 아버지는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을 과다 복용하셨다.

그리고 새벽 기도 갔다 온 며느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약을 많이 먹었다." 하시고 정신을 잃으셨다.


그 후 아버지는 영원히 이 세상을 떠나셨다.

그리고 나는 형언할 수 없는 기분과 감정에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장롱 이불속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울기도 했다.


살아생전에 아버지와 살갑지 않은 관계로 지냈지만

아버지는 나의 인생에 큰 산이셨다. 

아버지도 그렇게 표현에 인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신의 인생에 많은 아픔과 사연을

갖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표현에 어색한 삶을 살으셨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살아가는 인생이 되었으리라


시간을 되돌린 다면 아버지와 단둘이 마주 앉아서 차 한잔 하고,

속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버지의 마음 깊은 곳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듣고 싶다.


나는 그런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데.....

아버지는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아버지가 떠나고 보니, 놓치고 산 것이 너무 많다.

나 또한 아버지께 표현하지 못한 것이 너무 많은데.....

아버지를 향해 외쳐본다.


아버지~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생하셨습니다.


이다음에 아버지 만나면 그때는 서로 사랑하고 위해주는 살가운 딸과 아버지로 만나요.

편히 쉬세요.


작가의 이전글 세상을 바라보는 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