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by HR POST

에세이를 쓴다.


하나의 완성된 에세이보다는 누군가의 글에 대한 비평, 영화 감상문 같은 주로 독후감 형식의 글을 썼다. 그런데 이제는 하나의 완성된 에세이를 써볼까 한다. 하나하나 모이면 나름대로 책으로 엮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출간을 바라는 책이 아닌, 나만의 책이라고나 할까.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자판을 두들긴다.


불안


불안이 화두다. 내 안에 어느 날부터 종기처럼 돋는 불안은 나의 온 신경을 자극한다. 그래서 긁으려고 찾으면 도무지 어디에 있는지 모를 정도로 가렵고 짜증이 난다. '왜? 불안하는가'라고 곰곰이 생각에 잠기면 불안의 요인을 발견하는데 그 요인을 물러서서 바라보면, 결국 문제는 내 안에 존재한다.

요즘은 뉴스가 보기가 싫다. 온갖 뉴스가 파워 게임을 위한 뉴스 같다. 누가 누구를 고발하고 누가 누구를 정치적으로 공격하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기 위해 뉴스를 봐야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 알다가 내가 돌 지경이다. 그 어느 뉴스도 나의 삶을 더 낫게 하는 뉴스가 없고 그저 그들만의 리그같이 느껴지는 것은 나의 무딘 함일까? 아니면 사회에 관심 없어지는 소시민적인 삶의 태도일까?

이유야 어떻든 내가 살고 봐야 한다는 나의 이기심은 뉴스에 대한 멀어짐을 선택을 하는 동기가 된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책으로 채우기 위해 열심히 독서를 한다. 최소한 책은 누군가의 집대성한 지식이 응축되어 있기에, 뉴스보다는 더욱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준다.

뉴스는 불안을 강조한다. 알랭드 보통의 "뉴스의 시대"의 내용처럼 뉴스는 불안을 조장하기도 한다. 통계만 보더라도 기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유가의 오르고 내림을 평가하고 최대한 불안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편집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언제나 유가는 오른다고만 생각하게 되고, 경제는 언제나 나빠진다고만 생각하게 된다. 통계는 해석에 따라 너무도 다른 해석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통계를 발표할 때 그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선별해야 한다. 하지만 뉴스는 짧은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만 전달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뽑기 마련이다. 뉴스도 시청률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사회는 불안하고 나도 불안하다. 왜 나는 불안한 것일까? 그 불안의 원인을 들여다본다.

원인

첫 번째 원인은 성취욕이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하루 일과에 성취욕을 느낄 수가 없다. 그저 편안히 자신의 업무만 하면 된다. 오히려 성취욕을 느끼기 위해서 열심을 다하면 부작용만 더한다. 세상일이 순리대로 가는 게 최선임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내적 자아는 매슬로의 5대 욕구의 상위 욕구인 자아실현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너는 행복하니?','너는 네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니?'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에 틈만 나면 파고든다. 특히 직장 내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때다'라고 사정없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그러면 순간적으로 우울해지기 시작하고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갑자기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고, 5년 전에 하던 5년 후의 미래를 염려한다. 그리고 결심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스스로에게 가한다.

"그래 박차고 나가자." 그런데 거기에 따라오는 감정이 있다. 바로 "불안"이다. "어떻게 될까?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런 불안들이 엄습한다. 당연한 감정이다. 이성적인 아무런 고민 없이 감성적인 자극에 반응한 결심에 불안의 감정이 반응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는 초자아의 방어기제일 수 있다.

초자아는 느낀 것이다. '애가 미쳤구나...!' 빨리 '불안'의 감정을 던져라! 뇌에서 명령을 내린다.

결국 자아는 불안의 감정을 만나고 사춘기 소년의 꿈 많던 시절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그래 아직은 때가 아니야...

그렇게 불안은 왔다가 사라지는 바람처럼 가슴에 우울감만 남기고 사라진다. 그 우울감은 불안의 흔적으로 지금까지 계속된다.

한병철의 피로사회에서는 '불안은 생산 과잉에서 오는 감정'이라고 말한다. 무언가를 더욱 생산하고픈 욕망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매슬로가 말한 욕구인가? 아니면 인간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어 스스로 죄는 감정일까?

알랭드 보통의 말처럼 욕망 뒤에 존재하는 결핍 때문에 불안한 것일까? 고민에 빠지게 된다. 결핍이 주는 불안을 채우기 위해 더욱 생산적인 삶이 무언인지를 고민하며 피로해지는 감정.

그 안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 어설픈 위로인 "괜찮다"가 답이 아니다. 뭔가 더욱 속 시원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다시 책을 읽고 상념에 빠진다.

그렇게 하루는 지나간다.


전주시 동문길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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