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마음콩 쑥쑥 책을 선택한 이유는 지식이 아닌 인성을 중시하는 포커스 때문이었다. 세상을 살면서 (지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식은 궁극적으로 나의 삶을 즐겁게 해주지는 않는 사실을 깨닫는다. 또한 지식 자체가 성공으로 가는 길도 아님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어느 분야에서 일을 하든 정말 중요한 성공 요인은 '인성'이다.
인성을 통해 사람은 지위가 아닌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고, 그 정체성은 일상을 즐겁게 살아가는 개인의 힘이 된다. 그래서 아이에게 아빠가 남겨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산은 인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인성을 구체화시키는 작업이 바로 마음이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콩 쑥쑥'은 6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1) 나와 가족 2) 건강과 안전 3) 좋은 친구 4) 우리 동네 5) 동식물과 자연 6) 환경과 생활이다. 이 6개의 영역 속에서 다양한 세부 덕목이 나뉘고, 그 내용이 그림책이 구성되어 있다. 두리뭉실한 "인성"이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그림책에 녹일 수 있는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오늘은 5) 동식물과 자연 영역의 생명 존중이라는 덕목에 대해서 읽어 본다. "커다란 알"
생명이란 무엇일까? 커다란 알 뒤에 숨겨진 알 수 없는 생명체. 사실 생명은 알처럼 안이 보이지 않는다. 죽음으로 증명되는 생명이기에. 살아있는 건.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는 비밀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생명의 소중함도 잘 모른다. 그냥 알이 있고, 그냥 사람이 있을 뿐, 그 알이 왜? 소중한지. 그 사람이 왜? 소중한지 알지 못한다. 그저 먹기만을 바랄 뿐...
아이를 낳고 아이가 성장하며 아이의 변화를 본다. 태어났을 때 크기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그때그때 다른 것을 본다. 언제 자랐는지 예전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오랜만에 핸드폰 사진을 돌려 보면, 어느새 성장한 아이의 모습에 지난 날의 시간이 아쉬워진다. 그래서 아이는 매일매일이 소중하다.
아이도 나에게 이렇게 소중한 시간의 의미를 알려 준다. 그런데 나는 과연 아이에게 살아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려 주고 있을까? 아이의 생명이 시간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이 매우 아쉽고, 소중할 뿐이다. 지금 이 순간의 아이 존재가 가장 소중하다.
아이는 자라면서 쉽게 죽음을 발견한다. '쉽게 죽이는 개미', '쉽게 꺾는 꽃', 때로는 아이의 호기심이 자연과 동식물에게 죽음을 가져올 수도 있다. 아이가 악의를 가지고 하는 행동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이가 동식물과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빠인 내가 알려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꺾지 마!, 죽이지 마!, 밟지 마!"라고 호통을 치기 전에, "그 꽃이 참 이쁘다.". "그 개미는 생명을 가진 개미야."라고 말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 주면 되는데, 같은 말인데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마음은 다르게 자란다. 그래서 육아는 아이만 크는 게 아닌가 보다. 나도 성장하고 있는가 보다.
생명의 소중함은 타인에 대한 존중도 포함된다. 사실 살면서 대부분이 상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긴다. 그런데 내가 타인을 존중하지 못하면, 나 스스로도 존중하지 못하기에 내 인성이 나빠진다. 그리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다. 타인에 대한 이해는 그 사람의 존귀함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아이에게 생명의 존귀함을 어떻게 알려 줘야 할까?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존귀함은 바로 "생명"이 아닐까? 태어난다는 것. 세상에 그것만큼 소중하고 귀한 과정이 있을까? 동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사람도 사랑한다. 동식물도 사랑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기린이 또각또각 걸어가다가 알을 보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기린은 고개를 갸웃갸웃 한참을 망설이더니..."
망설이더니....... 생명의 시작은 매우 나약하다. 껍질이 쉽게 부서질 만큼 쉽게 깨질 수 있는 존재다. 그래서 귀한 만큼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 다른 동물들은 이미 성장하였기에 쉽게 알을 깰 수 있는 힘이 있지만, 갓 태어난 알은 그 힘이 없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쓸 수 있는 폭력에 잠깐의 망설임이 필요하다. 바로 그 멈춤이 존귀함을 배우는 단계이다.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으며, 무의식적으로 동식물을 꺾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이에게 무조건 '알을 먹지 마.','알을 깨지마.' '꽃을 꺾지 마'라고 말하기 전에, 망설임을 가르쳐 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무언가를 행동하기 전에 망설인다는 것. 그것은 한 번 더 대상을 생각하는 시간이다. 존중의 첫 시작이다. 그래서 가끔 망설이는 힘의 위대함을 느낀다. 빨리빨리라는 속도감에 억눌려 스트레스받고 사는 일상에 사실 순간순간의 망설임이 필요하다.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며 이런 말을 건넨다. "하은아 알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알 속에는 어떤 소중한 것이 있을까?","세상의 어떤 동식물도 우리는 쉽게 깨면 면 안돼. 한 번 망설이고 바라보고 생각해 보자."
뱀이 알을 먹는 장면을 보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의 생명까지 빼앗아 가면서 커다란 알을 먹으려는 욕심이 과연 삶을 행복하게 해줄까? 너무 큰 알이 뱀의 목구멍에 막혀 죽게 하듯이. 인생에 생명과 관계의 소중함을 잃어버리고 사는 현대인들이 너무 큰 알을 먹고 캑캑 거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미닭이 알을 품듯 우리가 동식물을 사랑하고 품는다면 그 안에서 소중한 생명은 태어나 자랄 것이다. 아이도 더 이상 동식물을 쉽게 죽이지 않고, 자신의 호기심이나 폭력적인 행동보다는 망설이는 힘을 먼저 보여줄 것이다. 너무 큰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주변의 소중함을 새롭게 인식할 것이다.
그림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를 딸을 품으며 읽어 준다. 그 가운데 아이는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것이고 상대방을 존중할 수 있는 힘도 생길 것이다. 그 힘은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림책을 읽어 주기보다는 아이와 함께 보고 대화를 하려고 한다. 아이가 그림책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궁금증을 가질지 나 또한 궁금하다. 어른이 되어서 그림책을 봐도 다양한 생각이 드는데. 아이는 더 많은 생각을 하겠지... 그림책을 읽어 주는 게 아니라, 아이의 표현력을 늘려주고, 아이가 그림책을 보며 생각하고 느낄 수 있도록 아빠로서 도울 뿐이다.
보여주고, 느끼고, 그리고 생각하자. 아이는 자연스러움 속에서 배움을 가질 것이다. 아빠가 가르쳐 줬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공부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아빠의 힘을 빼야겠다. 하은아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타인을 존중할 수 있는 힘을 기르렴. 타인을 존중하는 힘은 살면서 매우 필요한 인성이자. 깊은 내공이란다. 그게 세상에 성공적으로 사는 삶이란다.
마음콩 쑥쑥 "커다란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