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감정과 관련된 그림책을 읽어 주려고 한다. 아이의 감정은 순수하다. 금방 화를 냈다가도 금방 웃기도 한다. 그 순간의 감정에 충실할 뿐, 마음속에 담아 두거나, 누군가를 원망하지도 않는다.
문제는 어른인 나다. 아이의 감정 변화를 안아 주지 못하는 나의 속 좁음. 조금만 더 아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본다면, 아이의 감정을 읽을 수 있을 텐데, 간혹 그 사실을 실천하지 못할 때가 있다.
아이는 자신의 감정에 지나칠 정도로 솔직하다. 하지만 그 솔직한 감정을 내가 제어하거나 다그칠 때 아이는 그 감정을 점점 숨긴다. 그래서 아이의 감정을 읽는 것은 아빠인 내가 먼저 해야 할 과제 같다. 내가 아이의 감정을 읽을 때, 아이 또한 상대방의 감정을 읽는 훈련을 할 수 있다. 나를 통해 아이는 감정 이입을 배운다.
그림책에 나온 단어 "칭찬", 칭찬은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괜찮아.", 다음에 "잘했어"라고 칭찬한다면, 아이는 잘못된 행동을 고칠 수 있을 것이며, 자존감도 높아질 것이다. 칭찬은 아이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라고 말하는 것보다 "어~ 잘했네."라고 말하는 것이 아이의 행동을 아빠가 원하는 방향으로 옮길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 같다.
그림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양한 아이들의 표정이 존재한다. 아이의 눈이 처음에는 그림책 주인공에게만 머물러 있다가, 점점 주변을 돌아보게 되는데, 주인공의 감정, 그리고 주변인들의 감정을 통해 아이는 상황을 판단한다. 아이의 눈이 움직이는 광경은 참 신기하다.
사실 모든 감정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슬픔과 기쁨, 두려움과 편안함.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감정 변화가 다르다. 감정이 환경에 의해 스스로 나오는 마음이라면, 그 환경에 대한 또 다른 시선은 감정에 있어 절제와 해석이 가능해질 것이다. 아이들이 지금 당장 그런 감정 조절이 가능하지는 않겠지만, 그림책을 통해 상황을 새롭게 읽는 시선을 전달한다면, 아이는 점차 감정에 대한 스스로의 컨트롤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같은 공룡이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감정은 달라진다. 아이의 시선에서 그림자로 보이는 공룡은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아빠가 사온 공룡인 경우에는 꿈속에서 함께 노는 귀여운 공룡이 된다. 아마도 공룡 자체에 대한 인식 변화보다는 '아빠의 선물'이라는 상황 해석이 아이의 감정을 변화 시켰을 것 같다.
그렇다고 아이는 화를 내지 않을까? 아이는 늘 화를 낸다. 울기도 많이 울고, 화도 많이 낸다. 짜증을 내기도 하고,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아이의 감정에 가장 먼저 짜증이 나는 것은 아마도 아빠인 나일 것이다. 그런데 의식적으로 아이의 감정에 거리를 두고, 아이의 감정을 받아 주려고 한다. 물론 가끔씩 나도 모르게 나오는 한숨과 짜증 어린 말투가 아이에게 드러나기도 하지만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딸에게 이 장면을 보여주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아이도 이 장면을 자주 본다. 화를 참지 못하고 불을 뿜는 그림책 속의 '슬기'. 아이도 슬기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가 보다. (아이의 카타르시스일까....???) 화를 참지 못하고 뿜는 아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그 화도 계속해서 낼 수는 없다. 사실 꽤 오랜 시간 내기도 하지만....;;; 자기 몸의 한계는 있다. 이때가 부모로서 가장 힘들다... 아...
'뒤죽박죽 내 마음'을 읽어 주며, '괜찮아'하며 안아 준다. 아이의 말을 들어 주며,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를 바라본다. 이때 아이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의식적으로 상상해야 한다. ^^ 그러면 아이는 점차 화를 가라앉힌다. 아이의 마음이 이 어느새 점점 평온해진다. 이 평온이 오기 전에 아이는 살짝 '서러움'에 훌쩍 거린다. 이 '서러움'에는 아빠에 대한 '미안함'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 나 스스로 위안한다. 이때 아이를 안아 줘야 한다. 그러면 아이는 타인의 감정을 읽는 법을 배운다.
'마음콩 쑥쑥' 동화책을 읽으면, 아빠가 먼저 읽고 생각할 내용들이 많다. 그림 하나하나 연결되는 내용과 그 안에 담겨있는 의미들이 나를 배우게 한다. '아이야 어떻게 커야 한다.'라는 말보다 내가 어떻게 아이를 대할지 더욱 분명해 진다.
인형 놀이를 통해 아이와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나의 유년기를 생각해 보니, 감정에 대한 교육(?)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른이 된 후,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대인관계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것 같다. 물론 아직도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타인에 대한 감정 이입은 매우 어렵다. 공감 능력은 매우 중요한 사회성이지만 어렵다. 핑계를 대자면, 어릴 적 교육받지 못한 부모를 원망해 본다.... 이건 아닌가... 내 마음이 뒤죽박죽 이구나...
딸은 인형 놀이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누군가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최소한 '아빠가 나에게 감정을 가르쳐 줬구나.'라고 기억하면 얼마나 좋을까... 타인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곧 자신의 마음이 성장한 결과임을... 우리 딸이 알 수 있을까... 일단 안아 주는 게 먼저인 것 같다.
마음콩 쑥쑥 "뒤죽박죽 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