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의 감은 지속된다.
성인은 무엇일까?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고 확고한 정체성에 확실한 직업을 가지고 경제적 주체로 살아가는 사람을 말할까? 모두가 말했다. 이 터널이 끝나면 밝은 미래가 있다고! 그리고 성공을 할 것이라고! 꿈을 이룰 것이라고! 그런데 막상 그 나이가 되니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아직도 난 사춘기다.
사춘기 시절, 가장 어려운 고민은 감정의 변화에 대한 나의 반응이다. 예측할 수 없는 감정의 변화가 생기고 그 감정에 내가 이끌려 나도 모르는 길을 가게 된다. 누구도 내 감정을 건들지 않았으면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누군가 내 감정을 공감했으면 한다. 시간이 지나면 이 어려운 감정도 다 해결될지 알았고, 당시의 어른들은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사춘기 시절은 성인이 되어서도 결혼을 해서도 변하지 않는다. 감정의 변화는 아직도 내 마음속에 있고, 지금도 그 감정에 의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즉 사춘기라는 말 자체는 지구 상에서 사라져야 할 단어이다. 사춘기는 따로 존재하는 기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싫다. 누군가 싫다. 왜? 그럴까? 나를 왜 무시할까? 지가 뭔데? 뭐야? 다양한 표현들이 마음속에서 욱욱 올라온다. 장사를 하다 보면 예의가 없는 고객이 있다. 나이가 어려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고객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를 자기 아랫사람 부리듯이 말을 한다. 난 아직 사춘기라 그런 고객에 무조건적인 친절을 베풀지 않는다. 아니 앞에서는 그래도 꾹 참고 친절을 베풀지만 그 고객이 가면 화를 내고 소리를 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터져 버릴 것 같다. 그 감정의 분산이 내게 필요한 것이다.
마스다 미리의 책 '아무래도 싫은 사람'은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에 대한 수짱의 생각의 연결들을 엮어 나간다. 그리고 싫어하는 사람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본다. 수짱의 사촌 동생도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결혼에 대한 고민이 서로 엉키면서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자기가 싫은 것에 대한 원인과 해답을 찾으려 노력한다.
살다 보면, 싫은 것이 있다. 싫은 이유를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느끼기는 금방이다. 그래서 그 감정이 정리가 되지 않았기에 우리는 쉽게 그 감정에 휩싸여 삶을 힘들어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싫은 감정에 대한 들여다보기의 감정의 필요하다. 조금만 나에게 시간이 있다면 조금만 나를 들여다보는 생각의 훈련을 한다면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기대치가 높으면 안 된다. 상대방이 나에게 좋은 감정을 주리라 먼저 기대할 필요가 없다. 그 기대감이 높을수록 나는 힘들어진다. 상대방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나의 감정에 더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을 대해야 한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도 조금만 여유롭게 보자. 조금 힘들다. 하지만 그래야 내가 힘들지 않다.
상대방이 나에게 억지를 부리고, 목소리를 높이고 나를 무시할 때, 나는 그를 마음속으로 투명인간 취급해야 한다. 사실 이것이 성인군자가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 상대방을 존중하기도 힘들고 잘해주기도 힘들다. 만약 성인군자가 되면 내가 먼저 죽을지도 모른다. 모든 성인군자가 그랬듯이 말이다. 나는 단지 그저 나에게 집중하고 싫어하는 사람에 대한 나의 길을 걸어야 한다.
만화의 마지막에 수짱은 엄마를 만난다. 수짱은 회사를 그만두었다. 다른 회사로 이직할 예정이다. 어머니는 딸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한 마디 하신다.
"너 나이도 36이니까 슬슬 자신의 감을 믿을 나이가 됐지."
젊은 날의 무모한 도전도 아니고, 세상에 대한 막연한 불평도 아니다. 36은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감을 스스로 책임질 나이이니까... 수짱은 아무 말없이 엄마를 바라본다.
엄마의 한 마디에 수짱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책은 그 뒤의 수짱의 생각을 말하지 않는다. 그저 메아리쳐 울리는 엄마의 말은 책을 읽는 나에게도 전해진다.
세상에는 싫은 사람도, 싫은 일도, 싫은 것도 있다. 현실이 어떻든, 꿈이 어떻든 진짜 중요한 것은 싫은 것이 아니다. 스스로 믿는 나의 감이 더 중요하다. 나의 감을 나는 믿는가... 걸으면서 생각해 봐야겠다.
Understand different
HR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