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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빈 Oct 11. 2021

세종대왕이 대통령이 되면 내 삶이 나아질까

대선 취재 단상

  "부동산 대개혁에 나서겠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공정과 상식의 국가를 만들겠다."(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대한민국의 모든 부패를 청소하겠다."(국민의힘 홍준표 후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10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종 후보로 확정됐고, 국민의힘도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후보 간의 4강 레이스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진영 대결로 펼쳐지는 이번 대선에서 큰 이변이 없는 한 이제 5명 중 한 명이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후보들의 선거 구호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후보들은 각자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경제가 성장하고, 사회적 불공정이 해소되고,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5년 내에 해결해줄 것이라는 희망을 설파합니다. 정치부 기자로서 늘 정치인의 말을 의심하는 게 습관인 필자도 때로는 이들의 말이 현실에서 실현됐으면 하는 기대를 갖곤 합니다.


  생각보다 대통령 권력은 막강하지 않다


  하지만 후보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이런 생각도 듭니다. '과연 이 사림이 5년 내에 해결할 문제라면 이전 정권에서는 왜 해결하지 못했을까', '한 사람의 힘으로 대한민국의 난맥상을 뚫어낼 수 있을까', '대통령이 가진 힘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가' 이런 의문들이죠.


  민주화가 진행된 이래 많은 대통령들이 있었고, 선거 당시에는 국민이 그들을 선택한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김영삼(민주화와 개혁), 김대중(남북평화, 경제위기 극복), 노무현(정치개혁, 기득권 구조 혁신), 이명박(경제성장), 박근혜(애국심), 문재인(공정한 나라) 등이 그렇죠. 이들이 대통령이 된 것은 결코 국민들이 지도자를 함부로 뽑았다기보다는 그 당시 상황에 맞는 이유가 있었다고 보는 게 합당할 겁니다.


  그렇지만 역대 정부에서도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들은 거의 손보지 못했습니다. 신산업 육성, 노사관계 재편, 지방분권, 권력기관 개혁, 남북관계 진전, 자주국방 확립 등 어느 과제 하나도 5년 단임 정부가 해내기에는 벅찼던 것이죠. 설령 취임 초부터 국가적인 개혁과제를 야심 차게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각종 이해관계자들이 반발했고, 지지층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라고 했듯이 실제로 국가기관보다 기업이 가진 힘이 더 커진 탓도 있겠죠.   


  많은 대통령들의 회고록을 보면 취임 초 기대에 부풀었다가 대통령 직을 수행하면서 자괴감에 빠진다고 합니다. 수많은 인사권과 막강한 정보력, 국군통수권 등 엄청난 권한을 지녔지만 실제로 장기적인 개혁과제를 추진하는 데 있어 대통령이 힘을 쓰기 어려운 구조 때문이죠.


  권력을 과감히 내려놓는 지도자


   이런 상황에서 세종대왕 같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성군(聖君)이 다시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크게 바뀔 수 있을까요? 아무리 뛰어난 훌륭한 참모를 기용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수많은 문제를 풀어낼 해법을 마련할 수는 없을 겁니다. 대한민국이 기본적으로 삼권분립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고 있고, 수많은 민간의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이 시스템을 작동시킵니다. 한 사람이 이 나라를 운명을 결정 지을 수 없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메시아나 절대자 같은 대통령을 기대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가진 뛰어난 개인의 역량과 민간의 창의력을 꽃피울 수 있는 사람, 자신이 가진 권력을 과감히 이양할 수 있는 사람, 장기 과제에 집중하는 사람, 국가의 지나친 간섭보다는 꼭 필요한 원칙과 누구에게나 엄정한 법집행을 해줄 수 있는 이를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한 사람의 뛰어난 개인이 아니라 수많은 뛰어난 인재들이 역량을 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이죠.


  대통령 선거는 중요합니다. 후보 각자마다 장점이 있고, 우리는 누가 더 나은 후보일지 뽑기 위해 고심해야 합니다. 우리가 어떤 대통령을 뽑는가에 따라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치 기준이 새워지고, 그에 따라 우리는 미래 좌표를 새롭게 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번쯤은 선택의 기준을 고민할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 하는 인물이 아니라 대통령 직의 가능성과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큰 틀에서 우리나라의 방향성을 고민하는지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유권자들이 먼저 각성한다면 각종 네거티브 이슈로 인해 역대 최악의 선거로 흐를 수 있는 이번 선거의 품격이 훨씬 더 높아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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