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땡이치고 싶습니다.

8년 차 자영업자도 그런 날이 있다

by MSG윤결


“오늘 우리 땡땡이칠까?”


매일 아침 농담처럼 던지는 말이지만, 사실 속으로는 수만 가지 생각을 한다.

그놈의 돈이 뭔지. 하루하루 채워야 할 몫이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가끔은 돈이고 뭐고 내 마음부터 좀 돌보고 싶을 때가 있다.


우리 같은 가게는 하루만 문을 닫아도 타격이 크다. 모아둔 돈도 없이 매달 적자 행진이지만,

그래도 매일 아침 나갈 곳이 있다는 사실에 억지로라도 감사함을 찾아낸다.


가게 문을 열 때면 나도 모르게 기도를 한다. 누구에게 비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간절해진다.

‘어제보다는 좀 더 벌게 해 주세요.’

‘우리가 지치지 않고 잘해나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월천 벌 수 있는 지혜를 좀 주세요.’


어디 대단한 신이라도 계신 건지, 그렇게 한바탕 빌고 나면 신기하게도 기도가 먹힐 때가 있다.

손님이 제법 몰려올 때다. 그럴 땐 속으로 “앗싸! 감사합니다!”를 연신 외친다.

오늘 좀 벌었다 싶으면 아까의 우울함은 싹 가시고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참 단순하면서도 먹고사는 게 이렇다.


일주일에 딱 하루 쉬는 날. 우리는 단 한 번도 맘 편히 쉬어본 적이 없다.

쉬기 전날 밤에는 비장하게 약속까지 한다.

“내일은 진짜 재미나게 놀자!”

“내일은 무조건 푹 자는 거야!”


그런데 참 이상하지. 막상 쉬는 날이 되면 출근할 때보다 눈이 더 빨리 떠진다.

몸이 기억하고 있는 거다. 늘어지게 잠도 자고 침대에서 뒹굴거려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몸이 먼저 벌떡 일어나 진다.

멍하니 앉아 있다 보면 결국 생각은 다시 가게로 흘러간다.

'오늘 비 온다는데 가게 앞은 괜찮나?', '재료는 넉넉히 시켰던가?'


결국 쉬는 날에도 우리는 가게 주변을 기웃거리거나, 공부한다는 핑계로 다른 카페를 찾아가

우리 가게 메뉴를 고민한다. 쉬는 게 쉬는 게 아닌 셈이다. 이 지독한 불안함이 어디서 오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음 날 아침 다시 가게 문을 열 때면 나는 안도감을 느낀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만큼 힘들어도,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는 그 치열한 순간이 지금의 나를 살게 하는 진짜 호흡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가끔은 예고도 없이 번아웃이 찾아온다. 이럴 땐 정말 일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딱 한 달만,

아니 일주일만이라도 멀리 달아나고 싶다. 몸은 가게 안에 있는데 마음은 이미 저 멀리 가 있고,

손님을 맞이해야 하는 이 공간이 갑자기 창살 없는 감옥처럼 느껴져 숨이 막힌다.


좁은 주방이나 카운터 뒤에 갇혀 있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건가.’

남들은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는데, 나는 왜 사계절 내내 이 네모난 공간에 갇혀서 커피 냄새, 빵 냄새랑 씨름하며 하루를 다 보내고 있는지. 그럴 땐 뻔히 아는 가게 풍경도 괜히 낯설고 답답해서 벽만 멍하니 쳐다보게 된다.


당장이라도 앞치마를 풀고 문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데, 발은 여전히 바닥에 딱 붙어 있다.

나만 바라보는 파트너의 얼굴이 보이고, 어렵게 발걸음해 준 손님의 목소리가 들리면 결국 다시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다.

이 답답함을 뚫고 나가는 방법은 거창한 게 아니었다. 잠시 가게 앞 골목에 나가 차가운 공기를 한 번 크게 들이마시는 것, 혹은 단골손님이 건네는 “오늘도 맛있네요”라는 짧은 한마디.

그 별거 아닌 것들에 기대어 다시 숨을 고른다.

숨이 넘어가기 직전까지 몰아붙이는 이 일상이 원망스러우면서도,

결국 이 답답함을 이겨내게 하는 것도 이 가게 안에서의 시간들이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손님 앞에 나설 채비를 한다.


다음에 꼭 땡땡이를 해볼 테다!

큰 결심 하지 않고 가볍게 오늘은 나만의 시간이야 하면서

문을 닫는 날이 오기를..


-윤결

이전 01화가장 쉬운 게 카페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