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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바람 Jun 21. 2022

시집을 오랜만에 읽어 보았다.

책과 나 3-   6월의 독서 리뷰 1

  월급날이면  서점으로 가서  몇 권의 책을 직접 사는 것으로 지적 허영심을 채우던 시기가 있었다. 요즘에는 직접 서점에서  읽을 책을 구입하는 게 1년에 한두권 될까 싶고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거나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경우가 많지만 말이다.

예전에 구입한 빛바랜 책들 중에는 류시화 시집(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이 있는데  아마 젊은 날의 말랑한 감성이 제목에 이끌려 샀을 거  같다.

작가의 새로운 시집이 10년 만에 나왔다길래  직접 구입해 보았다. 시집을 읽으니 다른 시집도 읽게 된다.



#1.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류시화/수오 서재/2022

 작가의  세계가 종교와 명상이 중심이 되면서 뭔지 모르지만  약간 기인처럼 느껴졌었는데  이번 시집은  많이 생각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이해되는  쉬운 언어들로 쓰여있었다.

낭독하며 읽으면 더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독과의  화해


이따금  적막 속에서

문  두드리는 기척이 난다

밖에 아무도 오지 않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문을 열러 나간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  자신의 고독이

문  두드리는 것인지도

자기 밖으로 나가서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

문 열 구실을 만든 것인지도

우리가 사랑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우리를  발견하기를 바라면서

혼자 있는 외로움이 싫으면서도 타인에게는  내면의 외로움을 들키기 싫어하는 나에게, 현실이라는 안락의자에 앉아 밖으로 나가  나쁜 날씨를 만날까 두려운 나에게 다가와   마음을 두드린다.  우리 모두를 '꽃'에 비유한  다른 시인들의  시도 많은데 류시화도 다시 한번  우리를'꽃'이라  한다.

고독과 화해하길 원하고 세상의 변화를 느끼고 아픔을 느낀다면.....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의  마지막 부분이다.

꽃샘추위에  시달린다

너는  곧  꽃 필 것이다


#2.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정재찬/Humanist/2017(21쇄)

한양대 국어교육과 정재찬 교수의  교양 수업의 인기에 힘입어 나온 책이다.

몇 년 전 김제동의 (걱정 말아요 그대)에 고정 패널로 나오셔서  좋은 이야기를 편안하고 어렵지 않게 해 주셨던걸 보면 강의의 분위기도 짐작할 수 있다.

오로지 시험을 위해서만  시를 공부한 젊은이들에게 영화 , 미술, 대중가요를 넘나들며 시를 이야기해주니  정말 공대생의 가슴을 울릴만하다.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_박노해[다시]_

이  시도 충분히 잘 알려져 있지만  시인의 뿌리가 다른 대중적 인기를 얻은 시인들과는 결이 다르기에  편향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젊은 세대의 시각을 넓혀 주었을 거 같아 반갑다.

윤동주, 김수영, 신경림, 기형도, 김춘수, 박목월, 유치환, 강은교, 정호승,,,

알고 있던 시는  새롭게 다시 알고  모르던 시에  눈뜨게 하고 말 그대로 잠자던 감성을 깨워  시간을 거꾸로 돌린다.

시를 읽는 방법을 참고서를 통해 배운 나의 남자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3. 겨울밤 0시 5분

황동규/문학과 지성사/2015

2014년 절판시켰던 시집을 다시 손질하여 내놓았다.


한때 문학소녀라면 또는 연애편지를 써본 사랑이라면

시인의(즐거운 편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시가 시인이  고3 때 쓴 시라는 게 새삼 다시 놀랍다.

노 시인이  삶을 관조하며  쓴 시들이기에 무언가 아득한 느낌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달관한듯한 생각을 시로 쓰고  다른 한편으로는 생활에서 겪은 고통도 눌러 담아  시어로 만들었다.

매 꼭지마다  쪽지를 붙였는데 그 또한 시이다.

쪽지  4
마음을 다스리다 다스리다 슬픔이나 아픔이 사그라지면
기쁨도 냄비의 김처럼 사그라지면
저림이 남을 것이다

<잠깐>
잠깐!
삶이 잠깐이라는 말이 위안을 준다.
구두끈을 매다 말고
딱정벌레 등의 파란빛을 본다.
잠깐, 눈 돌릴 사이에
몇 섬광이 지나갔지?


시에 대한 학습은  교실이 전부였기에  시인과 시에 대해  마음으로 읽는 과정이 필요할 거  같다.

필사를 위한 시집을 산지가  몇 년 되었는데 아직도 다 필사하지 못했다.

이제는 손으로만 쓰지 말고 마음으로  읽고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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