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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바람 Sep 02. 2022

운동능력은 타고나는 게 맞다.

보는 게 더 좋아요

  더운 여름 동안 가지 않았던  동네 둘레길에 다녀왔다.

겨우 한 시간 반 남짓을 걷고  내려와서  도서관에 들른 걸음까지 합해봐야  11000보 남짓인데 체력이 바닥나서 체감은 최소 북한산에 다녀온 느낌이다.

어제  오후에 갑자기 땅이 푹 꺼지듯이 기운이 빠져 맥을 못 추었기에  체력 운동 겸 시원해진 날씨에 산 공기를 맘껏 마시고 싶어 즐겁게 나갔다 오니 다리가 너무 무겁다.

고질적 발목 통증에  몸무게까지 늘다 보니  산에 가는 건 무리인가 싶은 생각에 좀 서글퍼지려고 한다.


  지금은  평균 신장이 커져서 내 키가 큰 키라고 할 수 없지만 학창 시절 나는 키 번호가 높았고 내 뒤로는 대여섯 명만 있었다. 

어릴 때는 말랐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고등학교 즈음부터는    절대 못 들은 소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다이어트 방법에 귀가 쫑긋해지는 체격이었다. 그러다 보니 누가 봐도 운동신경과 능력이 있어 보이는 편인데 실상 나는  체육 실기점수가 성적에 악영향을 주는 운동 최 하수로 모든 운동 종목을 못한다.(키 크다고 운동 잘한다는  편견이 싫었습니다)

내가 중고등학생 시절 때는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점수에 체력장 점수가 포함되었는데  나에게는 만점을 받는 게 너무너무 큰 과제였었다.

형제자매 모두 운동능력이 없는 걸로 보아  아마도 유전자의 영향일 것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친정식구 모두 운동경기를 보는 걸 좋아한다.

야구, 배구, 농구, 축구...

여기에 더해서 나는 골프 중계까지 섭렵 중이다.

팔순의  친정엄마께서 아직도 프로야구 중계를 보시고 응원하는 기아 타이거즈의 선수 이름은 물론 타 팀 선수까지 훤히 아시니 이건 주위에서도 놀랄 정도이다.

남편과 처음 만났을 때도 야구 이야기가 통해서 호감도가 상승했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웃음 포인트이다.

아들아이들이 사춘기 시절에는  야구와 해외축구 이야기로 대화가  단절되는 걸 막을 수 있었다.


  이렇게 운동경기를 보는 건 내 생활을 즐겁게 해 주기에  내 몸을 활기차게 움직이고 싶은 욕구와 달리 원래도 따라주지 않는 신체 능력에 이제는  더 퇴행되어버린 운동신경이  꾸준한 운동을 가로막는다.

TV에 나오는 60 대 70대에도 젊은 사람 못지않은 신체능력을 가지신 분들을 보면 대부분 꾸준히 의지를 가지고 운동했다고 하지만  아마 기본 능력이 있으니 꾸준히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의지가  능력을 키워주지 않는 어려운 일 중에 으뜸이 운동이다.

 시원한 산 바람이 너무 좋아 가을에는 둘레길을 자주 와야겠다는 결심을 하며 산둘레길을 걸을 때는 행복했는데

돌아와서 더 무거워진 다리가 작심삼일의 핑계가 되려 한다.

운동능력은 타고나는 게 맞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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