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한 시간 반 남짓을 걷고 내려와서 도서관에 들른 걸음까지 합해봐야 11000보 남짓인데 체력이 바닥나서 체감은 최소 북한산에 다녀온 느낌이다.
어제 오후에 갑자기 땅이 푹 꺼지듯이 기운이 빠져 맥을 못 추었기에 체력 운동 겸 시원해진 날씨에 산 공기를 맘껏 마시고 싶어 즐겁게 나갔다 오니 다리가 너무 무겁다.
고질적 발목 통증에 몸무게까지 늘다 보니 산에 가는 건 무리인가 싶은 생각에 좀 서글퍼지려고 한다.
지금은 평균 신장이 커져서 내 키가 큰 키라고 할 수 없지만 학창 시절 나는 키 번호가 높았고 내 뒤로는 대여섯 명만 있었다.
어릴 때는 말랐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고등학교 즈음부터는 절대 못 들은 소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다이어트 방법에 귀가 쫑긋해지는 체격이었다. 그러다 보니 누가 봐도 운동신경과 능력이 있어 보이는 편인데 실상 나는 체육 실기점수가 성적에 악영향을 주는 운동 최하수로 모든 운동 종목을 못한다.(키 크다고 운동 잘한다는 편견이 싫었습니다)
내가 중고등학생 시절 때는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점수에 체력장 점수가 포함되었는데 나에게는 만점을 받는 게 너무너무 큰 과제였었다.
형제자매 모두 운동능력이 없는 걸로 보아 아마도 유전자의 영향일 것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친정식구 모두 운동경기를 보는 걸 좋아한다.
야구, 배구, 농구, 축구...
여기에 더해서 나는 골프 중계까지 섭렵 중이다.
팔순의 친정엄마께서 아직도 프로야구 중계를 보시고 응원하는 기아 타이거즈의 선수 이름은 물론 타 팀 선수까지 훤히 아시니 이건 주위에서도 놀랄 정도이다.
남편과 처음 만났을 때도 야구 이야기가 통해서 호감도가 상승했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웃음 포인트이다.
아들아이들이 사춘기 시절에는 야구와 해외축구 이야기로 대화가 단절되는 걸 막을 수 있었다.
이렇게 운동경기를 보는 건 내 생활을 즐겁게 해 주기에 내 몸을 활기차게 움직이고 싶은 욕구와 달리 원래도 따라주지 않는 신체 능력에 이제는 더 퇴행되어버린 운동신경이 꾸준한 운동을 가로막는다.
TV에 나오는 60 대 70대에도 젊은 사람 못지않은 신체능력을 가지신 분들을 보면 대부분 꾸준히 의지를 가지고 운동했다고 하지만 아마 기본 능력이 있으니 꾸준히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의지가 능력을 키워주지 않는 어려운 일 중에 으뜸이 운동이다.
시원한 산 바람이 너무 좋아 가을에는 둘레길을 자주 와야겠다는 결심을하며 산둘레길을 걸을 때는 행복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