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쪽 끝의 #화산 아래에는 배 과수원이 몇 개 있다.
예전부터 #골배가 유명했다고도 한다.
과수원의 배 나무 한그루와 그 아래 일군 밭을 주말농장으로 분양하는 곳이 몇 군데 있는데 우리 가족도 15년 전쯤에 2그루를 분양받아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시켜줄 원대한 꿈을 품었다가 용두사미로 끝나버린 경험이 있다.
차로 15분 거리라 왔다 갔다 충분히 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생각만큼 만만하지가 않았다.
의욕이 앞선 남편이 씨를 과다파종한 덕분에 상추며 쑥갓이 무서울 정도로 자라나서 수요공급의 균형이 도저히 맞지 않았다.
본 투비 촌남자인 남편은 너무 좋아했지만 시간이 없어 주말에도 가기가 힘들었고 농사에 흥미가 전혀 없고 단지 여가활동으로 생각한 나는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처음엔 나눔을 즐겼으나 얼마 안 가서 나눔의 대상인 이웃들을 향한 수요공급의 균형도 깨져서 방치해 둘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의 재미있는 놀이터가 될 거라 생각했지만 모기가 있어 싫다며 따라가려고 하지도 않았었다.
그렇게 기대와 다르게 끝나버린 주말농장을 웬일인지 다시 해보고 싶었다.
이사 온 아파트에서는 걸어서 10분남짓이면 갈 수도 있고
이제는 예전보다는 잘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한 그루에 10만 원씩 분양하던 것이 20만 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다행히 물과 가까운 자리가 있어 바로 분양을 받았다.
흙냄새가 끌리는 건 나이를 먹는 것과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내 손으로 뿌리고 키우고 돌볼 생각을 하니 기대되고 신이 난다.
욕심내지 않고 1년 농사를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