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니제이 Oct 17. 2024

목적지가 선택되었습니다(10)

#10. 구름은 어느 길로 걸어요?

      

출처 핀터레스트

해가 쨍쨍~ 날은 좋은데, 집돌이 둘째와 저는 집에 틀어박혀 있던, 몹시 더운 한여름. 둘째를 간신히 설득하여 드라이브를 나갔던 날입니다. 옆자리에 앉아 휴대전화 게임을 하던 둘째의 관심을 떼어놓고자 창문을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바람 때문에 게임에 집중할 수 없던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는 창밖을 한참이나 쳐다봅니다. 길 가는 꼬마 아이가 킥보드를 놓쳐 우는 모습, 주말임에도 학원 가방을 메고 학원으로 향하는 형들을 한참을 보다가 뜬금없는 이야기를 던집니다.     

“엄마, 구름이 자꾸 따라와.”

둘만의 시간을 가질 때면 둘째는 호기심이 솟아 나는 대로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데, 그날 역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 대상은 구름이었습니다. 둘째의 감상평과도 같은 호기심은 그날도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전에는 구름이 엄마 드래곤 같다더니, 이날은 구름이 따라오는 게 신기한가 봅니다. 저도 둘째만 한 나이에 동생과 자주 하던 ‘상상력 놀이’인데, 외모도 저를 닮은 녀석이 제가 그맘때 자주 하던 놀이를 한다는 게 신기했었습니다. 게다가 상상력은 엄마를 뛰어넘네요.

“구름이 어느 길을 따라서 와?”

한 수 위임을 보여주고 싶었던 제가 말을 받아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에이 엄마, 하늘에 길이 어디 있어. 구름이 지나는 데가 다 길인데. 뭘 모르시네.”

귀엽고도 철학적인 대답에 오히려 엄마인 제가 입을 다물게 되었습니다. 제가 대답이 없자 다시 말을 이어갑니다.

“엄마, 근데 오늘은 드래곤 구름은 없고, 다 솜털들이야. 하늘색은 조금밖에 안 보여.”

잠시 정차 신호에 차가 서자, 저도 창문을 열고 하늘을 살펴봅니다. 잠시 함께 하늘을 보니, 정말 하얀 솜털 구름이 열 맞춰 흐르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하얀 하늘을 보는 게 얼마 만인지.

“아들, 지금은 구름이 안 따라와?” 

저의 질문에 고민 없이 돌아온 대답은,

“아까 건 우리를 앞질러 갔는데, 이번에는 뒤에 구름들이 줄 서서 오네. 근데… 어…… 이 구름들은 걷는 것도 아니고, 뭐라고 해야 돼?”라고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합니다. 핑퐁핑퐁. 역시 대화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뭐 하나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으니, 운전 중이더라도 최대한 충실하게 대답했습니다.

“사람처럼 다리가 있으면 뛰거나, 기어간다고도 하지. 근데 구름은 다리가 없는데?”

물음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대화가 이어지는데, 아이는 지치지도 않습니다. 저는 길 한쪽에 차를 잠시 정차하고 흐르는 구름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저 구름도 이렇게 누군가가 봐주고 관심을 주니 이렇게 다른 의미를 부여받는구나.’라고. 누군가에게는 솜털이기도, 또 누군가는 양털이라고도 표현되는 구름 속 같은 보드라운 이 대화의 온기가 아직도 남아있는 듯합니다.     

“오, 대단한데. 길도 없는데 다리까지 없는 것들이 어떻게 우릴 따라왔대~ 힘들겠다.”

한참을 구름 걱정과 칭찬을 하던 아이는, 그 뒤로도 구름의 색깔, 생김새를 한참 이야기하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저는 ‘구름은 흐른다.’라는 말은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알게 되겠죠. 그저,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우리가 나눈 이 사소한 이야기들이 더 예쁘고 사랑스럽게 기억되길 바랄 뿐입니다.     

      


<내 마음이 닿길 바라며 덧붙이는 글>     

소중한 아들들에게. 


매일 아침, 엄마는 힘든 일상에 선물처럼 와 준 너희를 보며 희망을 보고, 아침을 기다리곤 한단다. 너무 힘들었던 하루를 마치고 퇴근할 때 너희가 나를 반기는 소리는 꽁꽁 얼었던 마음을 사르르 녹이곤 하지.     


사랑한다고맙다.      


이 말이 너희에게 언제 어떻게 닿을지 몰라 이렇게 글로 남겨본다.

언젠가 너희가 엄마가 쓰는 이 편지를 읽게 될 거라는 기대감에 오늘은 더욱 두근거리는구나. 지금은 누구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너희도, 시간이 지나면 더욱 남자다운 모습으로 자라겠지. 그래서 항상 엄마의 오늘은 어제보다 더욱 의미 있고, 내일보다 더 기대감이 가득한 날이란다. 

엄마는 너희가 어떤 모습으로 자라든, 너희들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라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단다. 물론, 엄마의 마음을 너희에게 전하는 날도 많겠지만, 무조건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동적인 어른이 되지 않길 바란다. 힘이 들 때 너의 옆을 지켜주는 누군가와 함께였으면 좋겠고, 혼자서도 두려움 없이 뚫고 나아갈 수 있는 남자로 자라길 바란단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수많은 길이 있단다. 때론 길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을 거야. 그럴 때는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단다. 길이 없다면 만드는 방법도 있겠지. 길이 너무 험하다면 조금 쉬운 길로 돌아가고 싶은 날도 있을 거야. 그러다가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겠지? 그런 날이 혹시라도 온다면, 잠시 발을 멈추고 쉬어가도 좋아. 너희가 걷는 이 길은 너희를 힘들게도 하지만 힘들 때, 잠시 쉬어가는 길이 되어주기도 하니까.


엄마도 가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날이면 잠시 쉬어가기도 해. ‘쉼’의 시간은 지친 나를 쉬게 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 넣어주기도 하거든. 희망은 다른 사람이 주는 것이 아닌 내 안에서 찾는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너희의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쉼이 쉽지 않은 그런 날은 언제라도 엄마의 곁에서 기댈 수 있다면 좋겠구나.          


아들들에게 길을 보여주고 싶은 엄마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