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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구멍

문해력에 관한 단상(斷想)

by 유니제이

어떤 문장은 우리를 살리고,

어떤 문장은 우리를 오해하게 만든다.


글을 읽는 힘,

그게 정말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문해력이 없다고 인생이 당장 망하진 않는다.

하지만 문해력이 부족한 사람은

늘 얕은 물가만 맴돈다.

그들은 깊은 대화에 잠수하지 못하고,

깊은 관계에서 익사하듯 오해하고 떠난다.

세상은 그렇게 조금씩 좁아진다.


어떤 사람들은 쉬운 글과 말을 쓰자고 한다.

너무 어렵게 쓰지 말자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다 쉬운 단어로만 소통하는

사회가 되어야 할까?

회의록도, 안내문도, 계약서도, 교과서도

모두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의 문장으로 써야 할까?

사회는 늘 일정 수준의 문해력을

‘기본값’으로 요구한다.

문해력이 곧 교양이고, 교양이 곧 상식인 이유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필력이 중요하듯,

글을 읽는 사람에게는 문해력이 중요하다.

그건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세상을 읽고자 하는 마음,

사람을 오해하지 않으려는 노력,

침묵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감각.


문해력이 신이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문해력은 절대로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취미가 아니다.

이 시대의 필수 생존 도구이자,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비다.


우리는 다들

깊은 수심의 삶을 건너는 중이다.

그 수면 아래를 읽을 수 없다면

결국 자신조차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문해력은 우리를 살리는 마지막 숨구멍일지 모른다.


문해력,

과연 타인의 글과 말을 이해하기만을 위한걸까?

어쩌면 서로의 내면을 좀 더 깊이 유영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은 아닐까?



- 당신의 마음에서 유영하고 싶은 사람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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