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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네 마음이 오는 길

by 유니제이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던 해였습니다. 학교에서 친구에게 일방적으로 맞는 일이 반복되었죠. 몇 차례 그 친구가 아이를 건드린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크게 다쳐오는 일이 없어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하도록 조언하는 것 외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담임 선생님께 전해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교 후 돌아온 아이와 마주 앉았습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둘째는 아무런 잘못 없이 맞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다행히 상대 아이의 엄마와 연락이 닿아 어른들 사이의 오해는 풀렸습니다. 문제는 둘째의 마음이었습니다. 친구가 아무리 미안하다고 해도 아이의 화는 풀리지 않는다고 하는 겁니다.


그때 저는 문제를 직면한 작은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당장 화를 풀 필요는 없어. 하지만 화난 마음을 풀고 친구를 용서하려는 노력은 해야 해. 그리고 네 화가 다 풀리기 전까지는 그 친구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이야기해 보렴." 몇 달 후, 학교 공개 수업 날 선생님을 만나 뒷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친구가 다시 화해를 청하자, 둘째는 "아직 화가 덜 풀렸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같이 잘 놀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했다는 겁니다. 아이의 진심이 담긴 대화에 선생님도 놀랐다고 하셨습니다.


이 작은 아이의 경험과 저의 교육 방식을 통해, 저는 서로가 더 좋은 관계를 만드는 데 필요한 대화의 자세가 단순히 말을 어떻게 하고 적절한 때에 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 외에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적극적으로 대화하되 상대의 감정을 깊이 배려하는 것입니다. 고속도로처럼 빠르게 달리는 소통이 아닌, 상대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고 때로는 조금 돌아가더라도 상대의 마음을 보듬는 대화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면, 결국 서로가 좋은 관계라는 목적지에 당도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배려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어른인 저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때로는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도 있겠지요. 그러나 여기저기 데이고 깎여 비로소 아름다운 모양과 맑은 소리를 내는 기품 있는 유리잔으로 완성되듯, 우리 인생에 있어 감사와 미안함을 더 잘 전달하는 방법을 터득한다면, 구불구불하지만 아늑한 길, 즉 용서와 화해가 만드는 길을 더욱 따스하게 완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만큼은 어른인 제가 경험을 통해 얻은 확실한 자산이자 소중한 깨달음입니다. 포근하고 따뜻한 그 길, 우리 함께 걸으며 완성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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