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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가이드

by 유니제이

초등학교 5학년, 수영장 물속에 처음 몸을 담갔을 때 저는 몰랐습니다. 그 순간이 제 인생의 방향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는 것을요. 물속에선 유난히 잘 떴고, 고모는 그날로 수강권을 끊어주셨습니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 그다음엔 두 번. 횟수가 늘어날수록 물과 더 가까워졌고, 자유형을 넘겨 평영을 배우던 어느 날, 코치님은 제게 학교 대표 선수가 되어보지 않겠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렇게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단상 위에 선 그 순간의 기억은 찬란함보다는 쓸쓸함에 가깝습니다. 박수도, 환호도 없이 바라본 텅 빈 객석. 제 기쁨을 나눠줄 단 한 사람이 없던 그 장면은 어린 저에게 세상의 허무함이라는 감정을 처음으로 알려주었습니다. 이후에도 단상에 오를 일이 더 많아졌지만, 영광은 늘 짧았고, 돌아오는 길엔 눈물이 많았습니다. 그 시절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오히려 메달 소식을 신기해하던 친구들의 반응이었습니다. 그들 덕분에 저는 계속 물속을 향할 수 있었어요.


수영부가 없던 학교에서 저는 3년간 새벽 6시에 일어나 홀로 훈련했습니다. 코치도 없었고, 누군가와 함께한 적도 거의 없었습니다. 훈련을 마치고 학교에 가면 공부에 집중했고, 하교 후엔 곧바로 학원 수업과 숙제를 병행하며 성적을 유지했습니다. 그 모든 걸 붙잡고 싶었습니다. 운동도, 공부도. 하지만 부모님의 관심은 멀었고, 경제적으로도 큰고모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무엇보다 마음의 지지, 그게 없었던 것이 저를 가장 힘들게 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 가을, 체육 선생님이 체육고 진학을 권하셨습니다. 부모님께 조심스럽게 전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습니다. "공부 잘하는데, 인문계 가야지." 기대했던 한마디, "운동에 소질 있는 줄 몰랐다. 우리 딸 잘했네. 응원할게." 그런 말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메달은 제 힘으로 따낸 것이었지만, 저는 그 순간마저 인정받지 못했다고 느꼈습니다. 수영으로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응원 속에서 자랐다면 저는 무엇을 해도 자신감 넘치는 어른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수영을 접은 후, 무용 선생님은 제게 한국무용을 제안하셨고, 미술 선생님은 입시 미술을 추천하셨습니다. 아빠는 미술을 반대하셨지만, 그 시절 저는 그림도, 몸을 움직이는 것도, 악기를 다루는 것도 좋아했던 아이였습니다. 아마도 성적이 좋았기에 이런 다양한 선택지를 받을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마지막엔 늘 '공부'가 남았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말했습니다. "공부가 제일 쉬울 거다." 저는 그 말에 기대어 꿈을 접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저는 어쩌면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한 핑계를 만들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체능으로 가지 못한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운동도 공부도 완벽하게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무용은 제약이 많을 것 같고, 미술은 아빠가 반대했고, 레슨비도 걱정이었고... 그렇게 저는 모든 가능성을 스스로 닫았습니다. 물론 그 모든 것이 틀린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그 시절, 단 한 사람이라도 제 가능성을 믿고 응원해주었다면 달라졌을까요? 그 가능성은 그때의 저만큼이나 여리고 조용하게 사라졌습니다.


지금의 저는 아이들의 진로를 바라보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큰아이는 축구를 하고 있고, 둘째는 아직 탐색 중입니다. 저는 그 아이들이 무엇을 하든, 삶의 방향을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곁에서 나침반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방향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망망대해에서 중심을 잃지 않도록 옆에서 등대처럼 있어주는 것. 그것이 제가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부모의 역할입니다.


모두가 말합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선 공부가 필요하다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공부는 시험과 성적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삶이라는 항해에서 나만의 가이드를 찾기 위한, 스스로를 알아가는 공부입니다. 내가 주어진 위치에서 전문가가 되고자 노력하는 것, 매일을 충실히 살아내는 것, 그것이 진짜 공부 아닐까요? 아이 엄마로서, 선생님으로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저는 오늘도 제 삶이라는 과목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렇게 저는 오늘도 '꿈의 가이드'를 따라 걷습니다. 후회라는 한숨을 덜어내고, 아이들에게 조금 더 단단한 길을 만들어주기 위해.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자신만의 나침반을 따라가기를 바랍니다. 멀리서 누가 박수쳐주지 않아도, 당신이 가는 그 길은 의미 있는 여정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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