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알바를 구하는 방법 중 하나는 한국처럼 구직사이트를 보고 지원하는 것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타운 워크, 마이나비, 바이토루 등이 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바이토루가 보기 편해서 주로 바이토루를 통해서 구하곤 했다.(그때 회원 가입하려 사용한 메일 주소로 지금까지도 광고 메일이 온다...)
이러한 구직 사이트를 통해 구하는 곳은 대부분 일본인이 운영하고 일본인들이 일하는 곳일 가능성이 크니 어느 정도 일본어를 요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물론 외국인 아르바이트생도 많지만 한국인만 있지는 않으니 그들과도 일본어로 대화할 수밖에 없다. 만약 아직 일본어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면 일본 유학카페 등을 통해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경험담
나의 경우에도 첫 아르바이트는 일본 유학 카페를 통해 구했었다. 한국인이 구인구직을 올리다 보니 부담이 적어 지원했었는데 막상 가보니 외국인이 나밖에 없었다. 알고 보니 구인공고를 올린 한국인 직원분은 런치타임에 일하시고 나는 저녁 타임이다 보니 만날 일이 없었던 것이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첫 알바부터 완전히 일본인에게 둘러싸여 일하게 되었다. 면접 때는 그럭저럭 넘어갔는데 막상 일을 시작하니 일본어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첫날 근무 후 엄청난 현타가 왔었다. 내가 괜한 짓을 한건 아닌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여기서 이러고 있나 별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출근할 때 전철에서 차라리 이대로 대지진이라도 나서 피치 못할 이유로 알바에 못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이미 낸 학비도 아깝고 이대로 알바를 안 하면 홈리스가 된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억지로 출근을 했고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다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덧 6개월이 지나 있었다. 그 사이 내 일본어도 많이 늘어 직원분들도 처음 왔을 때 보다 많이 늘었다고 칭찬도 해주셨다. 직원도 손님도 일본인들만 있다 보니 한국어보다 일본어를 듣고 말하는 일이 많아져 자연스레 늘게 된 것이다.
외국어를 공부하다 보면 처음엔 아는 단어도 안 들릴 수 있는데 당시 룸메 언니가 집중해서 들으려 하다 보면 서서히 들릴 것이라고 조언을 해 주었고 그대로 실천해보니 진짜로 들리는 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손님들껜 죄송하지만 손님들이 대화할 때 지나가면서 대화에 집중하여 내가 어디까지 알아듣나 확인하곤 했었다. 가끔 어학교에서 배운 문법이나 단어가 나올 땐 괜히 반갑기도 했다.
아무튼 내 첫 알바는 지역 재개발로 인해 가게가 이전하는 바람에 1년 6개월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그 사이 다른 알바를 구해서 투잡을 뛰고 있었는데 그땐 일본어가 어느 정도 익숙해져 확실히 전보다는 수월하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학교 다니며 알바를 두 개씩 하다 보니 한동안 쉬는 날이 한 달에 하루 있을까 말까 한 생활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어느 순간 자타공인 알바몬, 외노가 되어 있었다.
느낀 것 들
유학비자로 일본에서 체류하는 경우 주 28시간만 일을 할 수 있는데 넉넉하진 않지만 빠듯하게 살 수는 있었다. 일본의 청년층이 쉬운 일만 하려고 하다 보니 구인난을 겪는 곳들은 외국인 아르바이트생 채용에 적극적인 편이다. 덕분에 외국인으로서 일을 하는데에 진입장벽이 높지 않고 실제로 편의점 같은 곳에 가보면 일본인 직원보다 외국인 직원이 더 많은 경우도 꽤 있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건 장년층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꽤 있다는 점이다. 회사에서 정년퇴임 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다. 내가 일했던 편의점에서도 직원으로 일하다 정년이 되어 퇴직 후 잠시 쉬고 다시 알바로 재입사하시는 분들이 많았었다. 돈을 떠나서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고 싶을 때까지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게 느껴졌었다.
어디서나 진상은 있게 마련이라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은 적도 있지만 돌이켜보면 그럭저럭 괜찮았던 기억이 더 많이 남아있어서 다행이다. 알바에 대해 쓰다 보니 요즘 같은 때에 외국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면 더 힘들었겠구나 하고 다시 한번 느껴졌다. 코로나 시국에도 외국에서 고생하시는 많은 분들이 이 시기를 잘 견뎌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