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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학엄마 Nov 24. 2020

외할머니표 운동
- 크론병과 살아가기

딸의 크론병 이야기 9

  민지의 외할머니, 나의 친정 어머니께서는 민지에게 운동을 시켜주신다. 바로 옆단지에 사시는 어머니께서는 손녀의 건강을 위해서 매일 우리집으로 출장을 오신다. 아직은 체력이 바닥인 민지가 할 수 있는 운동은 간단한 스트레칭 정도이다. 주로 누워서 하는 스트레칭.

  

  스트레칭을 하기 전에 민지 외할머니는 민지를 매트에 눕히고 종아리와 다리에 로션을 발라주시면서 다리와 종아리를 마사지해 주신다. 주로 발바닥과 무릎 옆에 있는 족삼리혈이라는 곳을 눌러주신다. 족삼리혈은 무릎 바깥쪽에 무릎에서 손가락 세개 아래쯤에 튀어나와 있는 곳이라고 한다. 그 곳을 눌러주면 "악" 소리를 내면서 아프다고 난리를 치지만 꾸준히 눌러주니 지금은 처음만큼 아파하진 않는 듯 하다. 각종 만성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무병장수 건강혈'이라고도 불리는 혈자리라고 한다. 다리를 마사지 해주신 후에는 손과 팔을 마사지해 주신다. 주로 손등과 팔목을 마사지 해 주신다.


  마사지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복근 스트레칭. 바닥에 누워서 우선 허리는 바닥에 공간이 없도록 눌러 준다.

그래야 운동을 하면서 허리가 아프지 않기 때문이다. 호흡을 하면서 숨을 들이마실 때 배를 빵빵하게 만든다. 

공기가 들어가 있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배에 힘을 준다. 이 동작만 해도 배에 힘만 잘 주면 배가 부들부들 떨린다. 이 때 팔도 함께 운동을 하는데 팔꿈치와 팔목, 손가락 관절들을 모두 접어서 손가락 마디마디에도 힘을 

준다. 이 기본 동작을 후에는 이 동작에 더해서 다리를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면서 다리 운동도 함께 한다. 


  운동을 하기 시작하니 일단 민지가 먹는 양이 조금씩 늘어났다. 아직은 경장영양제 (엘리멘탈, 앤커버)와 흰죽 위주로 먹기는 하지만 하루에 1000kcal 조금 넘는 정도밖에 먹지 못했었는데 운동을 한 후로 거의 2000kcal 정도 섭취하게 되었다. 먹는 양이 늘어나니 몸무게도 아주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또 배에 아주 미세하게 근육도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 배에 힘을 꽉 주면서 근육이 생긴거라면서 자랑하는 민지의 모습을 보면 미소가 지어진다. 


  외할머니표 운동을 함께 하면서 제일 좋은 것은 외할머니와 대화를 많이 하게 되었다는 것. 민지의 다리와 

팔을 마사지 해 주시면서 민지에게 "중3 손녀 딸 마사지 해주고 운동 시켜주는 할머니는 많지 않겠지?" 라고 하시며 손녀와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민지가 아파서 유일하게 좋은 점은 외할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라고 하시면서. 아프지 않았다면 외할머니한테 민지가 팔, 다리 마사지를 받을 수 있었을까? 


  민지의 크론병은 분명 우리 가족에게는 너무나도 큰 아픔이고 슬픔이다.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관해기도 오겠지만 또 활동기가 온다면 민지도 우리 가족도 힘든 시간을 겪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서로 안아주고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하며 힘든 시간을 하루 하루 버텨낸다면 또 행복한 시간이 올 것이다. 외할머니표 운동은 민지의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외할머니의 사랑은 민지의 마음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엄마 감사해요.


진정한 치유는 건강한 몸과 건강한 정신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재건하는 것이다.  
   -건강과 치유의 비밀 (안드레아스 모리츠 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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