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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학엄마 Jan 06. 2021

대장 내시경, 소장 MRI 검사 2
-크론병과 살아가기

딸의 크론병 이야기 13

  입원 셋째 날, MRI 검사는 오후 3시 경에 할 예정이라 오전에는 잠을 푹 재웠다. 대장 내시경 때만큼 장을 깨끗하게 비워야 하는 것은 아니기에 아침식사까지는 간단히 먹고 점심만 금식을 하면 되었다. 어제 500mL씩 총 4통의 쿨프렙을 먹던 것도 2통만 먹으면 되니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오후 2시쯤 되니 MRI 검사실로 내려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병실에서 1층에 있는 MRI 검사실로 내려갔다. 검사실 앞에는 대기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는데 어제부터 투약 받던 항생제 주사기가 빠져버렸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C.Difficile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이라는 균 감염이 있어서 어제밤부터 항생제를 투약 받고 있었다. 내가 마음대로 끼워 넣을 수도 없고 검사실에 지나가는 간호사 선생님이 계시면 부탁하려 했지만 간호사 선생님은 안 계셨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병실이 있는 9층까지 올라가야 했다. 올라가서 주사기를 제대로 끼우고 다시 내려가니 2시 반. 서둘러 내려갔지만 이미 30분이 늦었다. 검사 대기 시간을 깍아 먹은 게 되었다. 그 바람에 쿨프렙 2통을 내리 먹어야 했다.


  따뜻했던 9층 병실과 달리 1층은 추웠다. 아프고 나서 유난히 추위에 약해진 민지는 더 추위를 느꼈다. 어제 내시경 검사를 할 때는 일부러 물이 차지 않도록 미리 물을 끓인 후 식혀서 타줬는데 1층 MRI 검사실에서 타준 쿨프렙은 민지가 먹기에는 너무 차가웠다. 보통은 차가운 것이 그나마 좀 낫다고 한다. 하지만 차가운 것을 거의 1년 동안 못 먹은 민지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안 그래도 추운 곳에서 차가운 쿨프렙을 먹어야 하는 민지는 머리도 아프고 화장실도 가야하고 울기 일보 직전이었다. 


  4월에 검사를 받을 때는 병실에서 쿨프렙을 먹고 화장실까지 갔다가 내려가서 대장내시경보다는 편하게 마셨었는데 이번에는 MRI 검사 전 마셔야 해서 쿨프렙이 더 힘들었다. 힘들어하는 민지가 안쓰러우셨는지 의사선생님도 두 번째 통은 반만 먹으면 된다고 해주셨다. 고통스런 1시간이 지나고 3시 반에 MRI 검사를 무사히 마쳤다.


  소장 MRI로는 대장내시경처럼 장의 내부에 염증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소장이 부어있는 정도로 염증의 유무를 확인한다고 한다. 소장도 MRI 검사 결과 여전히 부어있다고 한다. 4월보다 아주 많이 나빠지지도 아주 좋아지지도 않은 정도. 우선 C.Difficile 균을 항생제 먹으면서 치료를 하고 지금 먹고 있는 면역억제제 아자치오프린 대신 1주일에 한 번 먹는 MTX라는 면역억제제로 바꾸기로 했다. 그리고 생물학 제제인 주사제도 고려해 보자고 하셨다. 주사제는 비용이 꽤 들어서 의료보험 적용이 되면 좋은데, 아직 민지의 수치, 증상으로는 보험 적용이 안 될 것 같다고 하셨다. 대변 검사 결과 칼프로텍틴 수치는 높고 내시경과 MRI 검사 결과 여전히 염증이 많지만 복통이나 혈변과 같은 증상이 없기 때문에 보험 적용이 안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사제를 시작하면 좀 더 빠르게 회복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약 복용으로 더 힘들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기도 했다. 


  입원한 지 나흘째인 수요일 새로 바꾼 면역억제제 MTX 주사를 맞고 1시에 퇴원했다. 항생제와 MTX의 부작용을 줄여주기 위해 먹어야하는 엽산을 처방 받고. 면역억제제 반 알을 증량하다가 겪었던 부작용에 힘들어 했던 기억 때문에 이번엔 부디 부작용이 없기를 바라며 퇴원 했는데 부작용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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