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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학엄마 Jan 06. 2021

고등학교 선배정
- 크론병과 살아가기

딸의 크론병 이야기 15

  희귀, 난치성 질환을 가진 학생들을 위해서 고등학교 배정 시 가까운 곳으로 배정을 해주는 제도가 있다. ‘지체부자유자 선 배정’ .    

다행히 우리 동네에는 민지가 다니고 있는 중학교 보다 더 가까운 고등학교가 있다. 그 학교는 이 동네에서 제일 선호하는 학교이기도 하다. 공부를 곧 잘 하던 민지는 중학교 2학년 때 까지만 해도 영재고등학교는 조금 힘들겠지만 과학 고등학교는 한 번 경험 삼아 지원해서 시험을 볼까? 하고 생각을 했었다. 중3 초에 크론병으로 아프면서 과학 고등학교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버렸다. 공부를 잘 하니까 가보면 어떨까? 했던 것이지 ‘꼭 과학 고등학교에 가고 싶어’ 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기에 별 미련은 없었다. 나도 민지도.


  민지는 지체부자유자전형으로 일반 학생 전형보다 앞선 11월 초에 원서를 냈다. 지원서에 근거리인 학교 중 원하는 3군데의 후보를 작성하고 전문의 소견서, 병원 진료 일지 등을 함께 제출했다. 그리고 12월 초 다른 학생들이 한참 고등학교 원서를 작성할 때 먼저 발표가 났다. 집에서 가장 가깝고 가장 가고 싶었던 학교로 배정이 되었다.


  ‘지체부자유자’라는 말에 가슴이 또 한 번 미어질 듯 아파왔지만 그래도 참 다행이었다.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이. 우리 지역은 평준화 지역이기 때문에 학군 내에서 5지망, 구역 내에서 16지망까지 선택을 해야 한다. 다른 친구들이 어느 학교를 몇 지망으로 해야 하나 고민을 할 때 민지는 그런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12월 말에 항생제 부작용으로 며칠 고생하긴 했지만 다시 기운을 차린 민지는 다음 날 할 일을 적어 놓고 체크하는 달력에 고등학생 되기까지 며칠이 남았는지 D-day를 적기 시작했다. 매일 저녁 10시 쯤 자서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시작한지 이제 한 달이 조금 지나간다. 물론 중간에 조금 아파서 혹은 늦게 자서 못 일어난 적도 며칠 있었지만. 낮잠을 자서 늦게 자면 늦게 일어나게 되고 늦게 일어나면 하루가 더 피곤하다는 것을 느낀 민지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 패턴을 꼭 지키려 한다. 나도 민지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책을 읽다가 수학 모르는 문제를 물어 보면 답을 해주며 새벽의 소중한 3시간을 보낸다. 크론병이라는 위기를 극복하고 민지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되길 기도해 본다. 

매일 플래너를 적으며 열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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