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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학엄마 Apr 14. 2021

벌써 1년-크론병과 살아가기

딸의 크론병 이야기 22

  민지가 고등학생이 된지도 벌써 한 달이 되었다. 고등학교 입학 직전에는 설렘과 걱정으로 매일 ‘어떻게 해. 벌써 고등학생이야’를 외치던 딸이 입학 후 1주일 동안은 ‘고등학교 너무 재미있어’라며 즐거워했다. 그러다 2주쯤 지나고 나니 학교 가기 싫다며 엄마를 걱정시켰다. 자세히 이야기 들어 보니 학교에 가서는 재미있는데 학교를 가기 위해서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챙겨서 가는 것까지가 귀찮고 싫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혹시 학교에서 친구를 잘 못 사귀어서 그런 건가, 학교에서 컨디션이 안 좋았나,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들을 때 마다 마음속으로 놀라곤 했다. 4월이 되니 학교도 적응이 많이 되었는지 아주 많이 피곤해 하진 않으면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4월 말에는 고등학교 입학 후 처음으로 보는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어서 한참 시험공부와 수행평가 준비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2020년 4월 7일. 민지는 크론병을 진단 받았다. 벌써 1년이 되었다. 진단 초기에 혈액 검사 상 CRP수치(C반응 단백질, 염증이 생기면 간에서 합성되어 혈액 중에 증가하는 단백질)는 3.39 (정상치 : 0.5이하), ESR 수치(적혈구침강속도)는 46(정상치 : 20이하)로 염증 수치가 아주 높았다. 대변 검사로 염증을 확인하는 분변 칼프로텍틴 검사 결과도 3057 (정상치: 50 이하)로 높았다. 그나마 2020년 3월 민지가 제일 많이 아파서 고생하던 때에 코로나19로 인하여 학교 등교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코로나가 제일 걱정이 되면서도 코로나로 인해 매일 등교를 하지 않아서 다행으로 생각하는 아이러니. 딱 1년이 지난 2021년 4월 7일 온라인 등교를 한 민지 대신 엄마 혼자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병원에 갔다. CRP 수치는 0.73, ESR수치 11, 분변 칼프로텍틴은 1287. CRP는 살짝 높고 칼프로텍틴은 여전히 높긴 하지만 그 전 수치가 2010이였으니 많이 내려가긴 했다. 사실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직후였기에 조금 더 좋아졌으면 하는 기대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내려가는 추세라는 것에 감사했다. 면역억제제를 아자치오프린에서 MTX로 바꾼 지 이제 세달 정도 되었으니 두 달 후 피검사, 변 검사 수치가 좋아지지 않으면 여름 방학 때 쯤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한 번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2020년. 민지, 나, 우리 가족에게는 참 힘든 시기이긴 했지만 가족이 더 똘똘 뭉칠 수 있는 그런 힘을 준 해가 아니었나 싶다. 정말 너무 힘들고 괴로운 날들도 있었지만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힘들고 울고 싶은 날들도 많지만 항상 굳건한 민지를 보면서 더 많이 성찰하고 배우게 되었다. 누나가 못 먹는 음식 중에서 냄새라도 맡고 싶다고 하면 이것저것 대신 잘 먹어주는 둘째, 민지를 위한 건강 식단으로 입맛이 없을까봐 둘째 간식을 종종 챙겨주는 신랑, 외손녀가 먹고 싶다면 좋은 식재료 구해다 주시는 친정 부모님, ‘ㅈ’씨 식구들 밥하느라 고생이 많다며 응원해주시는 시부모님. 


  크론병에서는 ‘완치’라고 판정을 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장에 염증이 없어진 ‘관해기’ 상태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이다. 민지는 아직 변 검사 수치가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관해기가 오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본인이 크론병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는 것 자체에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들을 열심히 하는 민지에게 분명히 관해기는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천천히 오는 관해기일수록 더 오래 갈 것이라는 믿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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