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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학엄마 Aug 08. 2021

레미케이드 1차 - 크론병과 살아가기

딸의 크론병 이야기 26

 "이번엔 치료 방법을 바꿔야 할 것 같아요." 교수님의 말씀인 즉 주사 치료로 넘어가자는 것이었다. 사실 검사 결과를 보러 가기 전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1학기 기말고사 기간에는 나름 중간고사 기간 때에 비하면 양호하게 지나가긴 했는데 기말고사 끝난 날 블루베리를 왕창 먹은 후 무른 똥이 설사로 넘어가고 변 횟수도 5~6회까지 늘어나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살도 쭉쭉 빠졌다. 안 그래도 말랐는데 1킬로가 아쉬운 상황에 2킬로가량 빠져버렸으니. 그동안 별로 없던 복통까지 동반하며 이제는 치료를 바꿀 때가 된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주사제로 가기 위해서는 지난해 12월에 힘겹게 했던 대장 내시경과 위내시경, 소장 MRI 검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는 즉시 민지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흘렀다. 사실 주사치료는 진작부터 하고 싶어 했으니 크게 개의치 않았으나 힘든 검사들을 또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 민지에게는 너무나도 힘들었을 터. 하지만 수치들도 수치들이지만 직접 유관으로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할 수밖에 없으니. 사실 대변 수치나 혈액 검사 상의 염증 수치들이 좋지 않았기에 힘든 검사를 또 해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입원하지 않고 이틀에 걸쳐서 검사를 하기로 했다. 대장 내시경을 하는 날 같이 소장 MRI도 하면 이틀 금식하지 않아도 되니 좋을 텐데 싶었지만 대장 내시경을 한 후에 소장 MRI를 바로 시행하면 장 내에 가스가 있어서 MRI 검사가 제대로 판독이 안 된다 하셨다. 

 월요일에 대장 내시경을 하고 바로 주사제 '레미케이드'를 시작하기로 결정이 되었다. 각종 수치들이 안 좋았듯이 여전히 대장 쪽 염증이 심하고 식도와 위에도 살짝 염증이 생겼다고 하셨다. 특히 소장과 대장 사이가 가장 좋지 않다고 하셔서 바로 월요일 오후에 레미케이드 주사를 맞고 집에 가기로 했다. 레미케이드는 소아과 한쪽 구석에 있는 작은 주사실에서 3시간 정도에 걸쳐서 수액처럼 맞고 가는 방식이다. 첫날이라 혈압도 중간중간에 체크하시면서 속도도 처음에는 천천히 들어갔다. 그런데 혈압이 내시경 실에서 측정할 때는 정상이었는데 너무 낮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쪽 팔에 수액을 하나 더 맞으면서 레미케이드를 맞았다. 

 다행히 집에 올 때쯤에는 혈압이 아주 정상까지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올라서 입원하지 않고 집에 올 수 있었다. 그래도 걱정이 되셨는지 교수님께서는 내일 소장 MRI 하러 올 때까지 혈압이 낮으면 입원 준비하고 오라고 하셨다. 금식 시간도 길어지고 혈압도 낮아서 힘들었을 텐데도 자신의 대장 내시경 사진을 꼭 보고 싶다고 해서 선생님 외래 진료 끝나시는 시간쯤에 내시경 사진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화요일에는 소장 MRI. 소장 MRI도 금식 시간이 6시간이라 오후 3시에 예약된 소장 MRI를 위해 또 오전 9시부터 금식. 민지는 쿨프렙이라고 하는 대장 내시경, 소장 MRI를 할 때 마시는 액체 (꼭 포카리스웨이트 맛)를 마시는 것을 정말 힘들어한다. 특히 소장 MRI를 할 때는 너무 일찍 마시면 안 되고 검사 40분 전쯤부터 마시기 시작해야 해서 더 힘들어했다. 원래는 500ml 두 통을 마셔야 하는데 한 통은 열심히 먹더니 두 번째 통은 도저히 못 먹겠다고 해서 결국은 한 통만 먹고 검사를 했다. MRI 검사는 검사 전에 쿨 프램을 마시는 것과 굵은 주삿바늘이 항상 힘들었다. 가늘디 가는 팔뚝에 굵은 바늘이 들어가니 참았던 눈물을 뚝뚝 흘리다 결국 엉엉 울기까지 했다. 그렇게 MRI 검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레미케이드 약 덕분인지 민지의 증상은 빠르게 호전되기 시작했다. 일단 변 횟수가 확 줄었다. 하루에 많으면 5~6번까지도 묽은 변을 보던 아이가 1~2회 정도로 줄어들었다. 복통도 거의 없어졌고. 그리고 식성이 좋아졌다. 덕분에 시도 때도 없이 먹을 걸 찾아대는 아이를 위해서 항시 무엇을 먹일까 고민을 해야 한다는 행복한 고민을 한다. 

민지와 가족들이 모두 맛있게 먹었던 구절판 (칠절판이라 해야 하나?) 소고기와 각종 야채, 계란 지단을 쌀가루로 만든 전병에 싸서 먹었다. 


  2학기 때는 체력이 달리지 않도록 자발적으로 PT도 하겠다고 해서 운동도 하는 민지. 레미케이드 부작용 없이 잘 맞아서 2학기 때는 건강하게 학교 생활 하자구나~ 엄마는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 레시피 공부 열심히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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