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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윤 Apr 05. 2016

봄날이 간다.


유난히 요란스럽게 내게로 찾아왔던 봄날이
어느새 떠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봄비에 흠뻑 적셔졌던
봄바람에 한껏 흔들렸던
눈이 시리도록 새하얗던 꽃잎들은
하얀 눈꽃이 되어 허공에서 흩어져
발등아래에서 춤을 추듯 맴돌다
이내 자취를 감추고 만다.

그렇게 봄날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또 다른 계절은 아름답게
다시 돌아오고 있다.

함께 느낄수 없는 봄바람과
함께 맡을수 없는 커피향은
나에게 어떤 의미도 남기지 못한채
봄과 함께 떠나간다.

우리의 시간도 바람에 꽃잎이 흩날리듯
흩어져만 간다.

지금의 시간도 바람에 꽃잎이 흩날리듯
지워져만 간다.

이제는 너에 대한 기억마저도
지난날  봄바람 처럼 희미해진다.

나에게도 천년이 있다면
그 천년을 살아가기 위해
봄의 언덕에 한 그루 아카시아 나무를 심겠다.

아카시아 나무가 자라나면
끌어안은 채 기대어 서서
또 다시 천년을 살아가기 위해
마냥 기다릴 것이다.

나의 서글픈 기다림은
너와 함께 또 다시 천년을 살아가기 위해
영원히 반복되는 아름다운 계절안에 있다.

오늘도
다음 그 다음을 위해
기약을 해보지만
애써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봄의 언덕같은 내 마음에

그토록 사랑하는 아카시아 나무를
한그루 심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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