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늘 말하곤 했다.
약속을 지키겠노라고
단지 시간의 문제였을 뿐
자신은 지금껏 모든 약속을 지켜왔다고
내게 했던 많은 약속들 중에서
어떤 약속을 기억하고
어떤 약속을 지키고 싶은 건지 생각했다.
내 곁에서 웃는 웃음을 매일 볼 수 있다면
그 약속 하나만 지켜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나의 웃는 모습을 보며
때론 우는 모습을 보며
행복과 슬픔의 시간을 거쳐
깊어지는 얼굴의 주름살까지
늙어지는 살갗의 살내음까지
희어지는 머리칼 한 올 한 올도
아끼고 사랑해 주면 좋겠다.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과
그로 인해 살아가야 하는 매 순간을
내게 주었으므로 그것으로 족했다.
약속의 말들이
또 다른 자기 자신이듯
그의 모든 말은 내게 신념이 되었다.
그런 그의 눈동자 안에서 웃고 있는
내 모습을 언제까지나 볼 수 있으면
그 어떤 약속도 내겐 필요 없었다.
그의 눈동자가
지는 노을의 붉은빛에 투영되어
유난히도 투명한 붉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그의 눈 안에
그 눈빛 안에 내가 있었던 날을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