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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윤 Jun 26. 2017

비에서는

흙냄새가 났다.

종종 걸음으로

비를 맞으며 돌아왔다.


비에서는 흙냄새가 났다.


비에 젖은 옷을 벗어보지만

비릿한 흙냄새는

아릿하고 희미하게 코끝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렇게 남은 흙냄새는

마른 낙엽을 끌어안고

젖은 땅위에 내려

비가 그칠때를 기다렸다.


도저히 그칠것같지 않은 비처럼

끊임없이 나에게로

밀려오는 너에게로

종종 걸음으로

다시 돌아가야할 때를 기다렸다.


어쩌면 오지 않을 날들을

기다리는 것 일지도 몰랐다.


내 마음도 덩달아

비릿하게

아릿하게

그리움으로 적셔졌다.


비내리는 어떤날 밤은

비릿한 흙냄새를 삼키며

짙어진 검은 안개속에서

눅눅해진 무거운 공기만을

한가득 품안에 끌어 안고 잠들었다.


잠든 밤 꿈에서라도

작고 시린 등을

따뜻하게 끌어 안아 주면

비릿한 흙냄새가 가실 것 같았다.


아마 너도

종종 걸음으로

내게  돌아오고 있는 중이라고  

혼자 되뇌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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