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과 아쉬운 것에 관한 이야기
인도에서의 TTC를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정리하는 글입니다. 과거이지만 현재형을 사용하고 시간순으로 작성했습니다.
이제 갓 한달을 수련한 (수련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도 민망할 수준의) 사람이 TTC에 참여하면 좋은점과 아쉬운점이 분명하게 구분이 된다.
좋은점. 요가의 모든 정보
요가를 처음 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양한 요가의 종류와 생소한 용어들에 복잡해진다. 그런 나를 차분하게 길잡이 해준 책이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지만 궁금한 것들은 여전히 많고 그것들에 관해서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묻고 싶지만 그럴만한 기회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아사나, 파탄잘리, 만트라, 디야나, 니로다 들은 무슨 말인건지 찾아봐도 설명이 조금씩 다르고 또 보다 보면 추가적인 궁금함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조금 더 확장하면 '요가는 종교인가요 철학인가요 운동인가요', '요가하는 사람들은 왜 채식을 하나요' 와 같은 근본적이면서 어려운 질문들이 자라난다.
그런점에서 TTC는 이런 궁금증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가 되었다. 여전히 궁금증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질문들도 있지만 그때그때의 궁금한 것들을 그때마다 누군가와 질문하고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이점이다. 검색창에서 그리고 수련 후 잠시 나누는 선생님과의 대화에서 얻기에는 수개월 또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했을 정보들을 단시간에 얻을 수 있다.
좋은점. 스펀지 같은 흡수
초보만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메리트이다. 한번 잘못 길들여진 습관은 바꾸기 어려운 법인데 요가에 관한 한 나는 어떤 습관도 없다. 대부분의 요가 선생님들이 그러하듯이 우리를 지도해 주시는 Shattvil 선생님은 차분하고 차근차근 알려주신다. 특히나 아주 아주 기본을 중요시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나처럼 요가를 처음 접하는 학생에게 매우 유익한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요가 강사를 업으로 삼고 있는 분들도 '탄탄한 기본기'를 접할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선생님의 말 하나하나를 모두 고이 받아들일 수 있는 다른 습관이 전혀 없는 나의 몸은 TTC에서 요가를 배우기에 최적화된 몸 상태인 것이다.
아쉬운점. 작은 스펀지
300시간 동안 선생님들이 전해주는 정보의 양은 상당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들을 최대한 소화하고 싶어하는 마음에 모든 수업에 집중한다. 아사나 시간뿐 아니라 요가철학, 해부학 모두 마찬가지인데 어느 순간순간들에서 아쉬운 마음이 생기는데 예를 들면 이런거다.
'여기까지 되는 사람들은 조금 더 깊이 이렇게도 들어가 보세요' 라는 선생님의 말이 나오면 '내가 저 자세까지 되었더라면 그 부분에서 더 배울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
'우리는 요가를 왜 할까요?' 라는 선생님의 말이 나오면 '내가 지난 한달이 아니라 수년을 수련한 사람이라면 좀 더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
순간순간 그런 아쉬운 마음들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요가에 관한 나의 스펀지에는 아무것도 적셔져있지 않은 마른 스펀지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그대로 흡수할 수 있지만, 그 크기가 아직은 작아서 결국 그만큼만 흡수할 수 있었다.
TTC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는 각자의 위치에서 그 이상이 되는 것이 맞다. 두단계 세단계 이상이 되고픈 나의 욕심은 헛된 것임을 알지만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이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