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리앵 소렐을 넘어서, 나답게 살아가기
스탕달의 <적과 흑>을 펼쳤다.
프랑스 혁명 이후, 계급이동의 가능성이 열린 사회에서 신분 상승을 꿈꾸는 한 청년의 야망과 내면의 갈등을 그린 이야기다. 문장 사이로 주인공 ‘쥘리앵 소렐’의 야망과 불안이 교차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책을 읽는 내내 그 불안감과 피로함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곱씹었다. 야망을 품었지만, 그것을 인정받기 위해 끝없이 자신을 연출해야 하는 삶. 평범함을 벗어나려는 강박 속에서 사랑조차도 도구로 활용해야 했던, 결국 자기 자신이 아니라, 남들이 만들어준 이상적인 모습에 갇혀야 했던 삶.
그를 좇던 시선이 문득 나에게로 돌아왔다. 한때는 타인의 평가 속에서 가치를 찾으려 했던 나를. 성취가 나를 증명해 줄 거라 믿었고 인정이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 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믿음은 모래성 같았다.
문득 이 끝없는 갈망이 내가 원하는 것이었는지 의심스러웠다. 성취의 순간에도 허기는 가시지 않았고, 그 허기는 또다시 더 큰 목표로 나를 몰아갔다. 그러다보니 깨달음의 순간도 찾아왔다.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좇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스스로에게 몇 가지 원칙을 남기기로 했다.
이 원칙들을 처음에는 노션에 비공개로 기록했다. 그러나 다짐은 머릿속에만 두면 쉽게 흐려진다. 어느 순간 잊히고, 다시 흐트러지고, 결국 원래대로 돌아가 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를 브런치에도 남겨본다. 이 다짐이 흐려지지 않도록, 글로 새긴다.
첫째, 나를 지키는 힘
- 내면의 확립을 위한 3가지 원칙 -
나는 내 감정의 주인이 된다.
남의 기분이나 반응에 따라 감정이 오락가락하면 그만큼 에너지가 소모된다. 물론 예상치 못한 말이나 태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감정을 컨트롤하는 힘이 쌓일수록 타인의 반응에 덜 휘둘리게 된다. 내 감정은 내가 결정해야 한다.
내 선택을 존중한다.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다 보면, 결국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남들이 원하는 나’로 살게 된다. 선택의 순간이 오면 타인의 기대보다 내 기준을 우선해야 한다.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지만, 그 책임도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이 더 낫다.
내 가치는 인정받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남이 높이 평가하면 자존감이 올라가고, 무시하면 흔들리는 삶은 피곤하다. 가치는 바깥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외부의 시선이 때때로 성장의 거울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시선에 따라 나를 정의할 필요는 없다.
둘째, 성장하는 태도
- 흔들리지 않는 성장을 위한 3가지 원칙 -
스스로를 과대평가하지 않는다.
노력 없이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기대는 환상에 가깝다. 실력은 시간이 쌓여 만들어지고, 객관적인 평가 속에서 다듬어진다. 타인의 시선이 정답은 아니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성장은 비판을 견디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성공은 나를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내 경험 중 하나일 뿐이다.
작은 성취에 도취되지 않는다. 순간적인 인정이 나를 규정하지 않으며, 결국 지속적인 성장만이 실력을 만든다.
남의 속도가 아니라, 나만의 속도로 살아간다.
변화가 빠른 업계에서 보이지 않는 경쟁의 압박을 느낄 때도 있지만, 중요한 건 방향이다. 흐름을 읽되,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
셋째, 나와 타인
- 관계를 맺는 방식에 관한 3가지 원칙 -
나는 비교 대상이 아니라, 나만의 길을 가는 사람이다.
비교는 방향을 흐리게 만든다. 남과 나를 견주며 우위를 따지는 순간, 본래 가야 할 길이 흔들린다. 비교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자기 속도를 찾을 수 있다.
내 가치는 남을 깎아내려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누군가를 낮춰야만 내 존재가 빛나는 순간이 온다면,
그 가치는 허상에 불과하다. 타인을 깎아내리지 않아도, 충분히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
모두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내 경험이 특별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서사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 차이를 인정하는 순간, 관계는 얽매임이 아니라 이해와 존중으로 이어진다.
이 원칙들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다.
그저 남의 시선 속에서 나를 조각하지 않기 위해 남기는 다짐일 뿐이다.
쥘리앵 소렐은 끝내 자기 연출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멀어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