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을 아직 몰라

"조금 더 기다려"는 내게 하는 말

by YUNIKE


ㅇㅇ님은 결혼 생각 있으세요?


지난 주엔가 회사에서 상사분께서 이렇게 물어보신 적이 있다.


"결혼 생각이요.."

정확히 이렇게 답했다. 말을 적당히 흐리면서 답이 끝날 때쯤 다른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참 다행스러운 순간이었다.



내게 결혼은 마치 '물리' 같은 이야기


1년 새 결혼은 나에게 더 현실감이 없는 단어로 느껴지고 있다. 결혼이 어려운 상황이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현실적인 준비는 이전보다 갖추어졌고, 굳이 따져 보자면 평균적인 동 연령대와 성별 등을 기준으로 꽤나 잘 준비된 상태일 것으로 추정된다. 열심히 했다.


열심히 한 이유에는 개인적인 달성 목표도 있었고, 내가 준비가 되면 더 안정감 있는 마음과 시각으로 상대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리고 당시 내가 좋아했던 사람과 어떻게든 미래를 그리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다. 그리고 내 꿈이자 목표를 공유했던 사람들에게 정말 그것을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도 있었다. 마지막 이유가 가장 큰 트리거였고, 마지막에서 두 번째 이유와 함께 맞물려서 큰 시너지를 냈다.


나는 내가 좋아했던 사람과 의도치 않게 떨어져 있을 동안, 그와 미래를 꿈 꿀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놓고 싶었다.



준비의 역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준비할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도 같다.


사랑은 나의 준비와는 무관하게 흘러가고, 준비된 것과 무관하게 사람만을 보며 마음을 키워가는 것을 지향하는 우리들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목표는 이루었지만 그 목표 달성과는 무관하게 내가 좋아했던 사람과의 가치관 차이가 극명하게 존재했기 때문에 헤어졌다. (가치관 이외에도 마지막 순간에 실망한 점이 있는데 이는 나중에 심리적으로 더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또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내가 노력한 영역과 관련해서 상대방에게 그 영역을 덜 보는 건 또 아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는 아직 내가 여유롭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나 역시 노력했기에 상대방도 노력하는 사람이기를 바라는 바람도 있다.



결혼은 모르겠지만, 때로는 기대고 싶다.


정말이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는 게 맞지 않은가. 결혼은 잘 모르겠다. 해보지 않아서 알 수도 없다. 하지만 때때로 누군가에게 포근하게 기대어서 안식처의 느낌을 받고 싶은 순간도 있긴 하다. 독립적인 성격이라 해도 때로는 그런 감정이 드는 일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포근함은 어떤 상황에서든 늘 행복한 감정과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난 아직 사랑을 잘 모르겠다. 포근한 사랑은 좋지만 지금 내게 마음 깊이 울림을 주지 않는다. 연애 세포가 죽었다는 게 이런 걸까. 마음이 동하는 같은 파장대에 있지 않은 기분이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 나도 한켠으로 굉장히 비현실적이고 낯설다. 어떤 상태라고 이를 명명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정말 말 그대로 연애 생각이 없다에 가깝다 해야할까.


가능성은 열어두지만 기대감은 갖고 있지 않은 그런 상태. 설렘보단 그저 덤덤한 느낌이 먼저 상상되는 그런 마음.


내가 줄 사랑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내게 아직 여유가 없다. 준비가 되었지만 되어 있지 않은 그런 나의 상태는 어쩌면 '모순'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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